하나님나라의 개념과 배경
2015-03-04 17:00:54
예수의 가르침은 신약성경중 복음서에 잘 기록되어 있다. 물론 외경과 그 밖의 자료들에도 예수의 가르침이 언급된 것은 사실이나 그 진위는 의심의 여지가 많다. 바울 서신에도 예수의 가르침이 반영되어있는데 이것은 바울 신학이 독자적인 신학 노선을 구축하거나 유대교의 교리를 고수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에 기초한 것임을 반증하는 좋은 증거이다.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은 하나님 나라(Kingdom of God)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부분의 내용이 하나님 나라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자신의 공생애를 하나님 나라의 선포로 시작하신 것을 보면 예수님의 중요한 사명은 하나님나라의 선포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많은 비유나 이적 등은 모두 하나님 나라와 관련된 것이다. 그러므로 복음서를 이해하는데 1중요한 열쇠는 하나님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해없이는 복음서의 비유나 기적 등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란 무엇인가? 신약 성서에 나타나는 하나님 나라의 의미를 바르게 파악하려면 먼저 당시 유대인들이 이해하고 있던 하나님나라 개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수께서 당시의 유대인들을 향하여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였을 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어떤 질문이나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당시 예수와 유대인 청중들 사이에는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어떤 공유된 개념이 있었을 것이다. 유대인들에게 하나님 나라 개념은 무엇인가? 구약 성서에서 나라(말쿠트 malkut)는 부차적으로 왕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공간적 영역, 영토라는 의미도 있지만 통치, 지배, 왕권 등과 같이 추상적이고 역동적인 의미가 압도적이다. 이런 구약의 전통을 따라서 1세기 당시에 유대인들은 하나님 나라 개념을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이 왕권을 행사하심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구약 성서에서 하나님이 "왕"으로 묘사된 것은 왕정 시대 이전으로 거술러 올라가는데, 그 의미는 인도자, 보호자, 구출자, 계시자, 언약주 등 다양하다. 하나님의 왕권 개념은 메시아 사상과 맞물려 메시아가 다스리는 메시아 왕국에 대한 예언으로 발전되었다. 종말론적으로 나타날 메시아 왕국에서 메시아는 백성들에게는 하나님을 대신하며, 하나님께는 백성들을 대신하는 분으로 이해된다. 여호와는 메시아를 통해서 활동하시고 그 안에서 현존하신다. 하나님은 자신을 대신하여 다스릴 자 곧 메시아를 보내신다. 그러므로 이 메시아 안에서 하나님의 임재가 나타나며 그 결과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궁극적인 통치가 메시아를 통하여 실현된다. 구약 성서에서 예언자들은 메시아가 역사 가운데 하나님의 목적을 구현하는 인물이라고 기대하였다.(사9:6-7) 동시에 메시아는 고난받는 종으로도 묘사되고 있다.(사52:13-53:12) 한편 다니엘서는 메시아가 다스리는 그 나라에 성도들이 초대받아 그 다스림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구약 성서와는 달리 후기 유대 문학에서는 말쿠트 샤마임(하늘들의 나라) 라는 표현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도덕적 통치 , 다시 말해서 토라에 대한 순종으로 대변되는 하나님의 현재적 통치, 그리고 이스라엘을 이교의 세력에서 해방시키고 모든 나라를 복종시키는 하나님의 미래적 통치를 모두 의미하였다. 유대교의 하나님 나라 논의에서 중요한 요소는 하나님 나라에서 메시아의 역할인데 메시아는 때로는 지상적 메시아로, 때로는 초월적 메시아로 그려진다. 하나님 나라에서 메시아는 여호와의 대표자가 되며, 하나님은 이 메시아 안에서 자신의 궁극적 통치를 실현한다. 유대교에서 주로 기대하고 있던 메시아는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행동을 통하여 이스라엘을 포로 상태에서 해방시키고 그결과 세워질 하나님 나라에서 왕권을 행사할 자였다. 이렇게 전사이며 왕으로 묘사된 메시아를 대망하던 유대인들에게 구약 성서에서 고난받는 종으로 그려진 메시아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매우 낯선 그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세기 당시 유대교의 경우 하나님 나라에 대한 그들의 기대 가운데 메시아의 역할이 언제나 중심적이지는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복음서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는 세례자 요한이나 예수의 창작물이 아니라 구약 성서와 당시의 유대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역사적 산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구약 성서에는 하나님나라 라는 용어가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지만 하나님 나라 개념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하나님의 오심" 이나 "주의 날" 의 개념이 구약성서에 풍부하게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오경에서 부터 후기 선지서에 이르기까지 하나님 나라는 구약성서의 중요한 주제임을 암시하고 있다. 구약 성서나 유대문학은 하나님나라의 배경을 이루며 그 개념을 형성한다. 또한 예수께서 하나님나라를 말씀하시면서 유대문학에 호소하지 않고, 오직구약 성서를 인용하였다는 사실은 시시해 주는 바가 크다. 이는 신약 성서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후기 유대문학의 묵시적 대망 사상이 종말론적인 도그마(eschatological dogma)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각주 1
공관복음에 비해 요한 복음에는 하나님 나라라는 용어가 단 두번만 등장한다.(요3:3-5, 18:36) 그 대신에 "영생"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 영생의 의미는 단순히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오는 세상에 속한 생명이란 뜻으로서 공관복음의 하나님나라에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 공관복음에 비해 요한 복음에는 하나님 나라라는 용어가 단 두번만 등장한다.(요3:3-5, 18:36) 그 대신에 "영생"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 영생의 의미는 단순히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오는 세상에 속한 생명이란 뜻으로서 공관복음의 하나님나라에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나의 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0) | 2023.05.08 |
---|---|
신앙의 이원론과 세속화(secularization) (0) | 2023.05.08 |
존 낙스(John Knox)의 신학 사상 (0) | 2023.05.08 |
하나님의 의란 무엇인가? (1) | 2023.05.08 |
하나님과 인간의 언약관계 (0) | 2023.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