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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고

하나님나라와 기적

하나님나라와 기적

2015-03-25 17:41:52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선포에서 기적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복음서는 상당 부분을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에 할애하고 있다. 기적과 관련되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구약성서의 단어는 "오트"(표적, 표징)이고 신약성서에는 "세미이온"(표적, 표징)이다, 신구약 성서에서 기적과 관련하여 공히 사용되는 이런 표적, 표징이 의미하는 바는 기적은 그 자체를 넘어서 하나님의 계시적 행위를 나타내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성경에 나타나는 기적들은 모두 자연법칙을 거스리는 하나님의 비상한 개입인데, 성경에 가장 대표적인 기적은 구약에서는 출애굽 사건이고 신약에서는 그리스도 사건일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와 사도들이 행한 기적 사건들이 오늘날에도 일어날 수 있는가?  만일 일어난다면 그것은 예수와 사도들이 행한 기적과 동일한 것인가? 하나님은 언제나 자연과 인간역사에 초자연적으로 개입하여 역사하실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도 기적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은사주의 운동에서 주장하는 기적은 예수나 사도들의 기적과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신약성서 시대의 기적과 동일한 의미의 기적은 오늘날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현상과 기적은 구별되어야 한다. 유사한 현상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신약성서에 나타난 기적과 동일한 차원이 아니다. 사도들은 특별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고 따라서 그들이 행한 기적도 특별한 기적인 것이다.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교회의 터로 세워진 사람들이고 그들은 예수 부활의 직접적 증인이었다. 그래서 사도들에게는 특별한 권위와 비교할 수 없이 영광스러운 지위가 주어졌다. 따라서 사도들에게 나타난 기적이 오늘날도 동일하게 나타날 필요가 없고 나타날 수 도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신약성서의 기적과 하나님의 섭리로 나타나는 기적현상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섭리란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하나님이 모든 역사적, 자연적 사건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초자연적이며 주권적인 다스림이다. 이런 섭리적 차원에서 어떤 기적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을 신약성경의 기적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은 그의 신성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신약성서에서는 기적이 사도들과 전도자들 심지어는 마술사들에게도 나타났는데, 이처럼 누구든지 기적을 행하는 상황에서 기적 자체가 예수의 신성을 증명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또한 예수의 기적은 그의 메시아 신분을 드러내는 수단도 아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자신의 메시아 신분을 입증하는 표적 보이기를 거부하셨고 기적을 행하신 이후에도 자신의 메시아 신분을 드러내기 보다는 은닉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이들은 예수의 기적이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전도의 수단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는 전제 조건으로 믿음을 요구하셨다.1 마가복음은 예수님은 믿음이 없는 곳에는 기적을 행하지 않으실 뿐 아니라 행하실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의 의미는 무엇인가? 마태복음 8-9장에는 예수께서 행하신 열 가지 기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7장에서 산상수훈을 통해 하나님나라에 대해 집중적으로 가르치신 후에 8-9장에서 다양한 기적을 행하셨는데 이는 산상수훈에서 가르친 하나님나라의 실재를 사람들이 시각적이고 체험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적사건들은 하나님나라를 선포하려는 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기적은 하나님나라를 실물 교육으로 선포하는 선포양식인 셈이다.2

 

  마태복음 5-7장의 산상수훈이 하나님나라에 대해 가르친 말씀이라면 8-9장에 나타난 기적은 산상수훈에서 가르친 그 하나님나라의 능력이 실제로 나타난 사건이다. 이것은 하나님나라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능력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 나타나 열개의 기적은 모두 사탄의 나라를 붕괴시키고 하나님나라를 도래케 하는 영적 전쟁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 영적 전쟁은 두가지 양상을 보이는데 첫째는 사탄의 포로가 된 사람들을 구출하여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삼는 것이고 둘째는 사탄의 나라가 사람들을 동원하여 예수와 하나님의 나라를 대항한다는 것이다. 마태복음은  이런 영적 전쟁이 예수의 십자가사건과 부활을 통하여 하나님나라가 종국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을 기적을 통하여 예비적으로 보여준다.

 

   마가복음(4:35-5:43) 에서도 네개의 연속적인 기적이 나타나는데, 이 기적들은 세상의 어떤 권세와 능력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가복음에서도 마태복음과 같이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시기 전에 먼저 제자들에게 하나님나라를 비유로 가르치셨다. 예수께서  4장1-32에서 하나님나라에 대해 가르치신 네가지 비유는 그가 행하신 네가지 기적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 네가지 비유와 네가지 기적은 제자들을 선택하는 기사(3:13-19)부터 제자들의 사명을 다루는 기사(6:1-7)의 문맥에 위치해있는데 이 문맥은 비유를 제자들에게 설명하는 대목(4:33-34)을 중심으로 한 역교차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문장 구조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저자의 분명한 의도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4:35-53에 기록된 네가지 기적은 4:1-32에 기록된 하나님나라에 대한 네가지 비유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하나님나라의 능력 나타남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 기적을 일반적으로 생각하겠지만 예수의 비유를 듣고 그 비유의 뜻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제자들은 이 기적사건들이 예수님의 비유속에 숨겨진 하나님나라의 능력을 나타내고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렇게 예수의 행하신 다양한 기적은 모두 하나님나라의 도래를 선포한다. 특히 예수의 치유기적들은  하나님 통치의 구원사역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예수님이 하나님나라 도래를 선포하시는 문맥에서 치유 기적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사탄의 굴레에서 해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서 예수의 치유기적들은 예수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통치가 사탄의 통치를 전복한 필연적인 결과로 생각한 것이다. 예수의 초자연적 기적들도 하나님나라 도래에 대한 예언적 상징이다.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여 말라죽게 한 기적(막 11:12-14)은 하나님의 심판과 이스라엘의 멸망에 대한 예언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오병이어 기적(막6:30-44)도 하나님의 통치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특히 귀신을 축출하는 기적들은 악에 대한 하나님나라의 종말론적 정복과 하나님의 나라가 사탄을 결정적으로 패퇴시키기 위하여 사탄의 영역에 쳐들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실이 사탄을 결박하는 이야기(마12:28)에 묘사되고 있는데, 여기서  사탄의 집은 이 악한 세대이며 그의 소유는 그의 악한 지배 아래 있는 사람들이다. 사탄을 결박하고 그의 소유를 빼앗는다는 것은 하나님나라의 도래로 악의 세력이 멸망당하고 사람들은 사탄과 악의 권세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사탄의 결박뿐 아니라 사탄의 추락(눅10:18)도 말씀하신다. 하나님나라를 전파하기 위해 예수님이  보낸 70인 제자들에게도 귀신을 축출하는 능력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예수님이 하나님나라의 능력을 제자들에게 주시고, 이제 제자들을 통해 하나님나라가 인간 역사 가운데 현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가르침이든 기적이든 예수의 모든 사역은 하나님나라를 선포한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나라 선포는 가르침과 기적의 두측면으로 특징지어진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기적들은 하나님나라 도래에서 핵심적 현상이다. 그 기적들은 단순한 신적 능력의 현시나 예수의 메시아 신분의 확인. 혹은 전도의 수단이 아니니라 하나님나라의 본질적인 현상이자 필수적인 결과로 이해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예수의 기적은 하나님 통치의 가시적이며 구체적인 표현, 나타남이다. 그러므로 신약성서의 모든 기적은 하나님나라의 표적, 표징으로서의 기적인 것이다. 

 

 

각주 1

기적은 믿음을 전제한다. 믿음이 없으면 기적은 해석되지 않는다. 기적이 믿음에 근거하는 것이지 반대로 기적에 믿음이 근거하는 것이 아니다. 기적을 행하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이 그의 기적을 믿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각주 2

하나님나라의 도래와 무관한 기적은 신약성경의 기적이 아닌 단지 하나님의 섭리적 차원에서 나타난 기적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기적현상은 기적과 유사할지라도 그 기적의 의미는 다르다.

  1. 기적은 믿음을 전제한다. 믿음이 없으면 기적은 해석되지 않는다. 기적이 믿음에 근거하는 것이지 반대로 기적에 믿음이 근거하는 것이 아니다. 기적을 행하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이 그의 기적을 믿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본문으로]
  2. 하나님나라의 도래와 무관한 기적은 신약성경의 기적이 아닌 단지 하나님의 섭리적 차원에서 나타난 기적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기적현상은 기적과 유사할지라도 그 기적의 의미는 다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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