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실패
2019-03-31 23:17:50
솔로몬은 이스라엘 최초의 세습 왕이었다. 다윗은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주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고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 주님이 지시하시는 길을 걷고, 주님의 법도와 계명, 주님의 율례와 증거의 말씀을 지키라고 당부하였다. 다윗이 솔로몬에게 한 이 말은 그저 아비가 자식에게 하는 사사로운 당부가 아니라 솔로몬이 어떻게 이스라엘의 왕노릇을 바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중대한 지침이었다. 이방의 왕들에게 왕노릇이란 왕권을 강화하고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왕에게 왕노릇은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를 왕으로 세우신 하나님께 순종하여 그분의 뜻대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만일 주님의 뜻에 따르지 않고 자기 멋대로 나라를 다스린다면 그것은 자신을 왕으로 세우신 하나님을 배반하는 일이 될 뿐이다. 솔로몬은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에 크게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는 일에는 실패한 사람이었다. 만일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라 이방의 왕이었다면 그는 흠잡을데가 없는 훌륭한 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이 세우신 이스라엘의 왕이었기에 그가 이룩한 큰 성공과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패한 왕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솔로몬이 왕이 되자 가장 힘을 기울인 일은 주님의 성전을 짓는 일과 자기 왕궁을 짓는 일이었는데 이 두가지 일은 모두 왕권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솔로몬은 할 수 있는 한 크고 웅장하고 화려하게 성전과 왕궁을 지으려고 했고 무려 2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에 걸처 이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솔로몬의 통치 초기에 그가 이집트 왕 바로와 혼인동맹을 맺고 산당에서 제사를 드린 것은 이 일과 직접 관련된다. 솔로몬은 성전과 왕국을 짓는 대역사를 벌이기 전에 대외적으로 그리고 대내적으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력을 기울여 장구한 세월동안 진행되어야 할 대역사를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주변 나라들과 평화로운 관계 유지가 중요하고 국내적으로도 백성들과의 갈등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솔로몬이 주변 소국들은 몰라도 적어도 당시 근동의 최대 강국인 이집트와 평화를 유지하는 일은 대역사를 벌이는 일에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솔로몬은 이집트 왕 바로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여서 혼인동맹을 맺으려고 한 것 같다. 그 다음에 산당 제사 문제인데, 사무엘이나 다윗 시절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산당에서 제사를 드려왔다. 가나안의 신인 바알과 아스다롯 섬기는 산당에서 주님에게 제사를 드리는 일은 합당치 않은 방식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관습적으로 이어져 왔던 산당 제사를 금하는 일은 백성들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문제였다. 그런데 솔로몬은 자신이 앞장서서 산당에서 제사를 드림으로써 산당 제사와 관련한 갈등의 소지를 없애버렸다.
통치 초기부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 두가지 일은 분명히 주님의 법에 거스리는 일이고 솔로몬 자신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이 이런 일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솔로몬은 성전과 왕궁 건축이라는 큰 일을 위해서는 사소한 일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듯 하다. 그에게 성전과 왕궁 건축은 이스라엘 왕으로서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큰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왕권을 강화하고 강화된 왕권을 바탕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데 필수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만일 솔로몬이 이방의 왕이었다면 그의 이런 판단은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솔로몬은 그렇게 하여 대역사를 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이스라엘 왕이라는데 있다. 다윗이 솔로몬에게 당부한대로 이스라엘 왕에게 왕노릇은 주님의 뜻에 순종하여 그 뜻대로 다스리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솔로몬이 저지른 두가지 일은 눈앞의 현실만 보고 현실 너머에 계신 주님을 바라보지 않은 행동이었고 자신을 왕으로 세우신 하나님을 배신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서 주님에게 큰 제사를 드렸을 때 주님은 솔로몬에게 나타나사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를 바라느냐고 물으셨다. 아마도 솔로몬은 뭔가 소원이 있어서 그런 큰 제사를 드린 것 같고 그래서 주님이 솔로몬에게 그렇게 물으셨을 것이다. 슬로몬이 바란 것은 지혜였기에 서슴치 않고 지혜를 구했다. 솔로몬이 구한 지혜란 백성들의 송사를 듣고 바른 재판을 하는데 필요란 지혜였다. 당시에 왕들에게 백성들의 송사를 재판하는 일은 매우 중대한 임무였기에 이 재판을 잘해야만 백성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왕권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솔로몬이 주님에게 구한 것은 왕노릇을 잘하기 위한, 그래서 왕권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한 것이다. 주님은 솔로몬이 부귀나 장수나 원수 갚는 일을 구하지 않고 왕노릇을 잘하기 위해 지혜를 구한 일을 좋게 생각하셨고 그에게 지혜를 주시고 부귀와 영화도 더하여 주셨다. 그러나 주님은 솔로몬이 다윗처럼 주님의 길을 걸으며 주님의 법도와 명령을 지켜야만 오래 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주님의 이 당부는 지금 솔로몬이 하는 일이 주님의 법도를 따르지 않는 것임을 암시하시는 경고성 훈계로 보인다.
드디어 성전 건축이 시작되었다. 솔로몬은 가능한 웅장하고 화려하게 성전을 건축하려고 했고 그래서 두로왕 히람에게 성전 건축에 필요한 자재 공급을 요청했고 전국에서 강제노역으로 일꾼들을 삼만명이나 불러모았다. 성전을 짓는 일에 이방 왕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장구한 세월 동안 백성들을 강제노역으로 동원하는 이런 방식이 과연 하나님의 법에 합한 일이었을까? 주님을 위해 성전 짓기를 소원했던 다윗이라면 과연 이런 방식으로 성전을 지었을까? 주님의 성전을 지으려던 다윗의 마음은 자신은 백향목 왕궁에 거하는데 정작 이스라엘의 왕이신 주님의 법궤가 휘장 가운데 있는 것이 안스러워서였다. 그러니까 성전을 지으려는 다윗의 마음은 주님을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으로 모시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솔로몬에게 성전을 짓는 일은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는 일과 먼저 관련된 듯 하다. 그래서 솔로몬은 이방 왕에게 큰 도음을 청하고 백성들을 강제로 노역을 시켜서라도 가능한 크고 화려한 성전을 지으려고 하였을 것이다. 아마도 다윗이라면 이방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이스라엘 백성들 만의 힘으로, 그리고 강제노역의 방식이 아닌 자원하는 기쁜 마음으로 백성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소박하지만 정성들여 성전을 지었을 것이다.
무려 칠년에 걸려 성전을 완공한 후에 즉시 이어서 13년에 걸처 자기 왕궁을 지은 것으로 보아 솔로몬에게 왕궁은 물론 성전 건축도 자기 왕권을 강화하는 일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성전이 완공되고 드디어 성전 낙성식이 거행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한 솔로몬의 연설과 기도는 성전에 대한 솔로몬의 생각이 다윗과 같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솔로몬은 백성들에게 한 연설에서 주님이 다윗에게 친히 하신 약속, 즉 너의 아들이 성전을 지을 것이라고 한 약속을 자신이 이렇게 이루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솔로몬은 자신이 성전을 지은 일이 바로 주님이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이룬 것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솔로몬은 성전을 짓기 위해 이집트와 혼인동맹을 맺은 일이나 산당에서 제사를 드린 일은 주님이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이루는 큰 일에 부득이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작은 일로 여긴 듯하다. 이어지는 낙성 기도에서도 솔로몬은 자신이 이렇게 정성을 들여 성전을 지었으니 다윗의 자손의 왕권이 영원하리라는 주님의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님이 다윗에게 하신 약속은 성전 건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윗의 자손들이 다윗처럼 주님의 길을 따라 그 법도를 지킬 때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어지는 기도에서도 솔로몬은 성전을 강조하면서 성전에서 혹은 성전을 향하여 기도를 하면 주님이 특별히 더 들어주실 것을 구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성전 자체가 무슨 특별한 종교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솔로몬의 기도에 대한 주님의 대답은 단호하셨다. 다윗의 왕권을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한 주님의 약속은 솔로몬이 주님의 명령을 실천하고 주님의 율례와 규례를 온전한 마음으로 올바르게 지켜야만 이루어질 것을 분명히 하셨다. 그리고 만일 솔로몬과 이스라엘이 주님의 율례와 계명을 지키지 않고 곁길로 나가 다른 신을 섬긴다면 주님은 이 성전도 외면하고 황폐하게 하실 것이라고 경고하셨다.
성전과 왕궁을 짓는 일에 크게 도움을 준 두로왕 히람에게 솔로몬은 보답으로 갈리리 땅에 있는 성읍 스무개를 주었다. 그러나 히람이 보기에 그런 성읍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기에 그는 그곳을 가불의 땅, 곧 쓸모없는 땅이라고 불렀다. 갈릴리 땅은 히람이 보기에 쓸모없는 땅일지 모르지만 이스라엘에게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 땅은 주님이 이스라엘에게 약속으로 주신 귀한 땅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주님이 주신 그 땅에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나라를 건설할 책임이 있다. 솔로몬이 갈릴리 이십 성읍을 히람에게 준 일은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을 소홀히 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솔로몬은 주님의 뜻을 잘 분별하고 순종하는 일에 지극히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는 눈에 보이는 현실을 중시한 사람이지 현실 너머의 주님을 바라보고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솔로몬은 무려 이십년이란 장구한 세월에 걸처 성전과 왕궁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 노역을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나라의 국방을 튼튼하게 하려고 예루살렘 성벽과 양곡과 병기를 저장하는 성읍들을 세우려 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강제노역으로 인한 백성들의 원성은 나중에 솔로몬 사후 왕국이 분열되는 직접적 동기가 되었다.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서 찾아온 시바 여왕 이야기는 솔로몬이 이룩한 영광과 부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바 여왕은 자신이 솔로몬에 대해 들은 소문이 모두 사실이며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니 자신이 들은 소문은 사실의 절반도 안된다고 솔로몬을 극구 칭송한다. 그래서 시바 여왕은 솔로몬의 다스림을 받는 백성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며 과연 주님께서 솔로몬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으셔서 공평과 정의로 다스리게 하셨다고 평가한다. 물론 시바 여왕이 보기에는 그렇겠지만 과연 주님이 보시기에도 그러한가? 이방의 왕들이 보기에 솔로몬은 흠잡을데 없는 지혜롭고 위대한 왕이었을 것이다. 솔로몬 치세하에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렸으며 먹고사는 일에 근심이 없었다. 그는 국방을 튼튼하게 했고 무역을 통해 나라 살림을 윤택하게 했다. 그러나 솔로몬은 그가 이룬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법도와 율례를 따르는데 실패한 왕이었다. 다윇은 솔로몬에게 이스라엘 왕에게 왕노릇이란 주님의 법도와 율례를 지키는 것이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은 이방의 왕들 처럼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왕노릇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솔로몬이 말년에 이방 아내들이 하자는대로 이방 신들에게 분향하고 제사를 지낸 일은 뜻밖에 일어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솔로몬은 지금까지 왕노릇을 잘하다가 말년에 이방 아내들의 유혹에 빠져 우상을 섬긴 왕이 아니라 통치 초기부터 주님의 율례와 법도를 지키는 일에 소홀한, 한마디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왕,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한 왕이었다. 이스라엘 왕에게 왜 주님의 율례와 법도를 지키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것은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은 인간 왕이 아니라 오직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님의 율례와 법도를 지키는 일은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주님의 왕되심을 인정하는 충성이냐 아니면 주님의 왕되심을 부인하는 배반이냐의 문제다. 통치 초기에 이집트와 혼인동맹으로 외교적 성공을 거둔 솔로몬은 통치 말년에 이르러는 혼인동맹 정책을 주변 이방나라들로 확대한다. 그래서 모압과 암몬과 애돔과 시돈과 헷 족속의 딸들을 아내로 맞아들였고 아내들과 더불어 이방의 신을 섬기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솔로몬이 나이가 들어 판단력이 약해짐으로 미혹을 받아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솔로몬이 혼인동맹을 강화하고 유지하려는 의도로 행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주님은 두번씩이나 솔로몬에게 나타나셔서 다른 신들을 따라 가지 말라고 당부하셨지만 솔로몬은 주님이 하신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다.드디어 솔로몬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평가와 심판이 내려진다. 솔로몬이 한 일들은 주님의 언약을 배반하고 주님이 명령한 법규를 지키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주님은 반드시 솔로몬의 왕국을 떼어 그의 신하에게 주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솔로몬 말년에 솔로몬의 대적들이 일어난다. 솔로몬이 그토록 추구했던 강력한 왕권이 흔들라고 있으며 솔로몬이 이룩한 부강한 나라가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솔로몬은 평생 다윗에게 물려받은 왕권을 강화하고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애를 썻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왕권의 약화와 왕국의 분열이었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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