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서
2014-11-10 21:23:14
에스더서의 시대적 배경은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 재위 시기(주전 486-465)이니 1차 귀환 공동체가 예루살렘에서 성전을 완공한 후(주전 516) 에스라(주전 458)느헤미야(주전 445)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일 것이다. 에스라 느헤미야서가 귀환 공동체의 역사를 기록하였다면 에스더서는 귀환하지 않고 페르시아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디아스포라 유대 공동체에 대한 기록이다. 예루살렘 멸망이 이스라엘에 가져온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예루살렘과 유대땅에 살고 있지 않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아주 많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이 언급되지 않으며 기도나 희생 제사를 통해 그를 경배하는 모습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정경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70인경과 기독교 성경에서 에스더서를 역사서에 포함시킨 것 처럼 전통적으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히브리 성경에서 에스라서는 시가서나 지혜서가 포함된 성문서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은 이 책이 지혜문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 에스더서의 저자는 아이러니,풍자, 반복적인 모티브들을 상당히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지혜문학적인 모티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의 역사적인 토대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부림절이라는 유대교 축제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9:18-10:3) 그러면 이 책은 하나님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가? 에스더의 저자는 주인공이 언급되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통치에 대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범한 문학적인 천재였다.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의 주권성에 대한 교리가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은 운명론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와 목적들이 분명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의 순종과 신실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에스더서 4장 13-14절은 인간의 책임과 하나님의 섭리를 놀랍게 종합시켜주는 다른 수많은 성경구절들과 맞닿아있다.(예를 들면 욜 2:32, 마26:24, 행2:23, 행 3:18-19)
에스더서는 성경에 기록된 다른 구속사적 사건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데 두드러진 것은 이스라엘과 아멜렉 족속간의 계속적인 갈등이다. 베냐민 족속인 모르드개와 아말렉 족속인 하만의 족보는 이런 갈등을 도입한다. 사울과 아각의 후손간의 이런 갈등은 이스라엘과 아말렉 족속간의 오랜 반감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에스더서의 상당 부분은 유대인과 이방인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쏟으면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비록 이방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방 권력에 맹종할 필요가 없이 유대교에 충성하면서도 여전히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에스더서가 비록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중심 주제는 하나님과 그 분의 율법에 대한 충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모두 이방 왕실의 후원과 보호아래 공동체의 변화와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본토로 귀환한 자들이나 이방 땅에 여전히 남아있는 자들이나 동일하게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유일하신 참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며 살아갈 것인지를 이 책들은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 책들은 낯선 땅과 환경속에서 야훼 신앙을 고수하려는 노력과 분투의 맥락을 보여준다. 포로 후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책들에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신언이나 이적이 나타나지 않지만 율법책과 그들이 알고 깨닫는 하나님의 이해에 따라 부르심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드린 시기였다고 할 것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하나님 없이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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