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마태복음 6장)
2018-09-30 23:04:28
마태복음 6장은 기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기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제시되는 가장 중요한 원리는 사람에게 보이려는 기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도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사람에게 보이려고 기도하지 말아야 함은 당연하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의 기도 행위에서는 이 당연한 일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기 쉽다. 본문은 사람에게 보이는 기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므로 골방에 들어가 숨어서 기도하라고 한다.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기도하려면 문자 그대로 그대로 골방에 들어가 숨어서 기도를 하면 된다.
그러나 문자적으로 사람이 없는 은말한 공간에서 기도를 하면 정말 사람에게 보이려는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어지는 구절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는 기도가 무엇인지를 예리하게 지적하는데 그것은 마음에 없는 빈말로 기도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사람이 듣지 않는 골방에서 숨어서 기도한다고 할지라도 마음에도 없는 빈말로 기도한다면 그것이 바로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는 기도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마음이 실리지 않은 빈말로 하는 기도는 그 기도를 아무리 골방에 숨어서 한다고 할지라도 이미 하나님을 향하여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사람에게 보이려는 기도가 된다.
사람 사이에도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하면 그것이 위선이 되고 아첨이 된다. 그래서 사람끼리도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진심이 담긴 말이 필요해진다. 하물며 하나님을 향해 드리는 기도에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 마음이 실리지 않은 빈말을 한다면 어찌 그것이 기도가 될 수 있겠는가? 본문에서는 마음에 없는 빈말을 늘어놓은 것이 바로 이방인들이 자기들의 신들에게 하는 기도의 특징으로 제시된다. 말을 많이 하지만 그것이 모두 빈말이라면 하나님은 그런 기도를 듣지 않으신다. 그러니 하나님께 기도할 때 마음에 없는 빈말로 기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본문에서 말하는 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기도이고 골방에 숨어서 하는 기도다.
이어지는 소위 주기도문은 바로 마음이 실린 기도, 진심으로 하는 기도의 샘플로 제시된 기도이다. 그러니 이것은 기도문이 아니라 빈말이 아닌 기도의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기도의 특징은 두 가지로 보이는데 첫째는 자기 개인의 필요를 먼저 구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둘째는 일방적으로 하나님께 무엇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도 첫머리에서 등장하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는 일,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일,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뤄지는 일들은 기도자가 먼저 구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개인의 사적인 필요 이전에 하나님의 뜻의 성취를 위한 간구다. 이어지는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도 개인의 사적 필요라기 보다는 앞에서 간구한 하나님의 뜻의 성취를 추구하는 기도자의 공적인 필요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기도자에게 있어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일과 일용할 양식의 필요를 구하는 일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는 기도는 이 기도의 두번째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러니까 기도자는 하나님에게 일방적으로 죄를 사하여 달라고 기도하는 대신에 먼저 자신이 자신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주겠으니 하나님도 자신의 죄를 사하여 주시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에게 죄사함을 간구하는 일이 자신이 남의 죄를 사하여주는 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잘 인식한 사람의 기도다. 이는 자신이 남의 죄를 사하여주지 않으면서 하나님에게 자신의 죄를 사하여 달라고 요구하는 기도가 말 그대로 마음이 실리지 않은 빈말의 기도임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주기도문은 우리에게 어떻게 기도할 것은 가르치고 있는가? 첫째는 자신의 필요 이전에 하나님의 필요, 하나님의 요구를 먼저 추구하는 기도를 해야 함을 가르친다. 자신의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필요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자신의 요구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요구를 성취하기 위한 것이어야 함을 주기도문은 잘 보여준다. 둘째는 기도는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주기도문은 하나님에게 무엇을 요구만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렇게 주기도문은 자신의 필요만을 하나님에게 일방적으로 구하는 기도가 바로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는 기도요, 마음에 없는 빈말의 기도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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