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에 계신 하나님
2017-04-26 13:07:42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성경의 첫 구절은 하나님이 누구이신지에 대한 첫 번째 계시다. 하나님이 창조주라는 이 선언은 하나님과 이 세계의 관계가 창조주와 피조세계임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나님의 정체성은 피조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제시된다. 그러나 창세기의 이런 선언의 배후에는 이 창조주 하나님이 바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은 여호와라는 고백이 있다. 그래서 창세기 1장에 엘로힘이란 하나님에 대한 보통명사 표현이 2장에서는 여호와라는 고유명사로 변하고 있음을 보게된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특정하는 하나님의 이름인 여호와는 출애굽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그 이름이 창세기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라 창세기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출애굽의 배경으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의 출애굽은 단지 이스라엘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을 통해서 하나님이 온 피조세계에 가져오실 우주적 구원의 문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2. 여호와라는 하나님의 고유명사도 이스라엘과의 언약 관계속에서 등장한다. 하나님을 모세를 불러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실 뜻을 보이시면서 자신의 이름을 여호와로 계시하시는데 그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 이삭 ,야곱과 맺은 언약에 신실하시듯이 이스라엘에게도 신실하신 분이시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여호와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져내시는 그 행동은 바로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의 행동인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이름 여호와도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언약 관계에 기반하여 주어진 이름이다. 창조주로서 엘로힘 하나님이나 언약주로서 여호와나 모두 하나님의 정체성은 피조세계와 그리고 이스라엘과의 관계 속에서 주어진다. 그런데 엘로힘 하나님이나 여호와 하나님은 서로 다른 하나님이 아니라 동일한 하나님이다. 천지를 지으신 창조주 하님이 바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신 하나님이시며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신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의 부족신이 아니라 천지를 지으신 창조주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존재 그리고 이스라엘과 맺은 하나님의 언약이 이스라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지으신 온 천지와 온 인류와 관계된다는 사실을 강력히 암시한다.
3.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왕은 하나님 앞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고 동시에 이스라엘 앞에서 하나님을 대신하는 중보자적 위치에 있는 존재인데, 이런 중보적 위치를 가리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표현된다. 왕 개인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도 하나님의 아들로 지칭되기도 한다. 여기서도 하나님과 이스라엘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로 나타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왕의 혹은 이스라엘의 아버지로서의 관계 속에서 그 정체성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경은 하나님의 정체성을 관계적으로 표현하지 하나님의 존재적 속성을 가지고 표현하지 않는다. 물론 성경에 하나님의 존재적 속성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무소부재, 전능, 완전함과 같은 표현이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표현이 사랑, 거룩, 인자 ,공의, 인내 등과 같은 관계적 표현이 압도적이다. 사실 존재적 표현으로 보이는 것들도 엄밀하게 보면 관계를 전제로 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4. 구약의 메시아 대망의 화신으로 오신 예수도 대단히 관계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그는 하나님의 아들, 혹은 메시아(그리스도)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왕과 그 왕의 다스림을 받는 백성이라는 관계적 정체성이다. 구약에서 여호와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신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이 바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니이시다라는 고백이라면 예수 그리스도는 예수가 바로 메시아 곧 이스라엘과 온 천지의 왕이시다라는 고백이다. 이렇게 구약에서든 신약에서든 하나님의 정체성은 존재론적이 아니라 관계론적으로 주어진다. 그리고 그 관계는 특별히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하는데 그것은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자기 형상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 지으셨다는 언급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하나님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신다는 사실은 인간 존재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나니이 자신을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그 정체성을 드러내신다면 하나님을 떠나서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5. 예수는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고 하나님은 자신의 아버지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님과의 관계속에서 규정한다. 요한복음은 특별히 예수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소개하는데 이것도 역시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이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예수의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요한복음은 예수를 하나님의 독생자라고 표현하면서 예수를 하나님과 하나님의 유일하신 아들이란 관계로 그 정체성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복음서에서 예수에 대한 표현인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말씀, 독생자라는 표현은 일반적인 관계가 아니고 유일하고 독특한 관계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예수와 하나님의 관계는 하나님과 피조세계 혹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갖는 그런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관계가 아니라 유일하고 특별한 관계라는 것이다. 예수는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이스라엘을 대신하고 대표하여 하나님 앞에 선 분이시다. 그리고 그 분은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 분이시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 온 세상을 대표하는 존재이므로 논리적으로 이스라엘의 왕인 예수는 온 세상의 왕이며 온 세상을 대신하고 대표하여 하나님 앞에 선 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에수의 죽음과 부활은 모두 그가 대표하고 대신하는 온 세상을 위한 죽음이며 부활인 것이다. 그는 왕이기 때문에 죽었고 왕이기 때문에 살아났다. 그의 죽음과 부활은 모두 그가 이스라엘 및 온 세상의 왕이심을 증거하는 사건이다. 세상은 예수가 왕이심을 거부하여 그를 죽였지만 하나님은 예수가 왕이심을 증거하시려 그를 다시 살리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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