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 역사의 의미와 중요성
2015-03-20 13:04:54
구약 성경의 배경은 세상의 창조에서 바벨론 포로귀환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인데 그 세월동안 일어난 모든 사건 가운데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드러내시고 알리신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건들에 대한 해석이다. 구약성경은 이런 해석의 관점에 따라서 그 사건들을 선별하여 보존하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구약 성경은 여호와 하나님과 그분이 행하시는 일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행하심과 그분이 부르심에 대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응답한 내용이 구약성경이 지닌 힘과 능력일 것이다. 이렇게 구약을 읽고 이해할 때 오늘을 사는 우리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역시 온 세상의 하나님이신 여호와의 통치가 구현되고 드러나는 현장임을 깨닫게 된다. 구약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오래된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신 여호와 하나님의 통치가 드러나는 역사의 현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록된 사건을 빛나게 하는 것은 믿음에 입각한 해석이라는 점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구약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통치의 결정적인 사건은 무엇인가? 여호와 하나님께서 그 뜻을 행하시고 드러내시기 위하여 부름받은 이들은 이스라엘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역사야 말로 구약의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한다. 그러면 이스라엘을 이스라엘 되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창조라기 보다는 출애굽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가 인류의 존재를 설명하는 사건이라면 출애굽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알리는 사건이다.1 애굽에 살던 이스라엘 자손들이 특별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정체성을 지니게 된 것이 바로 출애굽 사건의 결과였다. 그리고 이 출애굽 사건은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에게 하신 약속의 성취였다. 구약성서의 기록은 하나님의 천지창조로 부터 시작되지만 사실 이것은 출애굽을 경험한 이스라엘 백성이 과거를 회고하면서 믿음으로 고백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구약의 이스라엘 역시 출애굽을 경험하면서 이전에 조상들이 받았던 약속의 의미와 이미 오래전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온 세상을 그 뜻대로 지으셨음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이미 하나님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달리 말해, 이스라엘을 건지시는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믿음이야말로 창조 사건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이다.
그렇다면 출애굽의 의미는 무엇인가? 출애굽기 6장 7절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지시는 목적이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리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을 보통 언약 도식(covenant formula)라고 부르는데 2 이 언약 어구에서 말하는 언약의 내용이 무엇인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져내신 이유는 이스라엘을 예비하신 땅으로 인도하시어 그들을 그 땅에서 영원히 다스리시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통치, 그리고 그 통치 가운데 거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속량하시는 목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 백성-너희 하나님이라는 언약 도식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통치 곧 하나님나라의 설립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나라야 말로 출애굽의 본질이다. 이스라엘의 출발인 출애굽은 이 땅에서의 하나님나라 구현이다. 이 언약 도식은 출애굽기에서 시작되어 구약의 거의 마지막 시기인 스가랴에 이르기까지 구약성경 전체에서 출기차게 반복되고 환기되는데 이는 출애굽 사건이 지닌 결정적인 중요성을 보여준다. 구약 전체에서 면면히 흐르는 것은 출애굽 때 맺은 언약 관계로의 회복이며 이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의 회복 나아가 하나님나라 회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출애굽 사건은 우연히 혹은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성경은 그것이 하나님이 이미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신 언약의 성취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약속의 제시와 그 성취라는 점에서 출애굽기는 창세기와 연관된다.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출발이 출애굽이라는 것은 출애굽 이전 시기를 다루는 창세기의 내용이 출애굽에 근거한 언약백성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기술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출애굽 이후의 역사는 창세기에서 제시되고 선언된 하나님의 뜻과 약속의 성취와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창세기는 세상의 기원을 알린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약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약속 그리고 기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출애굽 사건은 반복적으로 묵상되고 있으며 특히 바벨론 유배시기에는 새 출애굽에 대한 기대가 유일한 신학적 패러다임이었다. 유배지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바벨론은 탈출해야 할 또 다른 애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출애굽 사건은 과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기준이면서 동시에 현재에 언제나 새롭게 적용되고 회복되는 기준이기도 하다. 출애굽 때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주신 언약은 시간이 지난 오늘의 백성들과 맺은 언약으로 현재화되기도 한다. 출애굽은 이스라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건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역사에서 출애굽은 과거 회상의 기준점이었고 하나님이 주신 미래의 표상이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의 출발점인 출애굽의 근본에 놓여있는 것은 여호와 하나님이 그 백성 이스라엘이 맺는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통치 곧 하나님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출애굽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직역하자면 길로부터(out of way) 즉 "길 떠남"이라고 할 수 있다. 출애굽은 애굽에서의 삶을 떠나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새로운 삶으로 떠나는 것이며, 억압과 압제로 상징되는 삶에서 떠나 하나님의 통치 가운데 거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삶이란 언제나 애굽에서의 삶을 떠나는 "길 떠남" 3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역사는 출애굽에 기반을 둔 역사이다. 출애굽을 중심으로 하여 창세기는 출애굽의 의미와 목적을 알려준다면 레위기와 민수기는 애굽을 떠난 이스라엘이 하나님나라의 새로운 길을 가는 구체적인 여정을 다루면서 하나님나라의 원칙과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신명기는 약속의 땅을 눈 앞에 두고서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어떻게 하나님의 통치를 받으면서 살 것인가를 가르친 것이고 여호수아서는 마침내 출애굽의 목적이 실현되어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주 1
창조기사와 출애굽 사건의 관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 기사가 출애굽 당시에 기록되었다고 본다면 창조기사는 단순히 세상의 기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출애굽 사건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형성이 인류의 운명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강력하게 암시한다.
각주 2
구속의 목적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약을 맺은 후에 구속을 한 것이 아니라 구속을 한 후에 언약을 맺었다. 언약이 구속의 수단이 아니라 구속이 언약의 수단이다.언약은 구속하여 자유롭게 한 뒤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언약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원무궁한 통치 즉 하나님나라였다.
각주 3
예수님은 하늘 보좌를 버리고 길을 떠나 사람이 되셨고 이 땅에서도 고난과 십자가를 향해 길을 떠나셨다. 주님의 출애굽(길 떠남)은 모든 사람을 살리기 위한 고난과 십자가에로의 순종이었다. 그리고 주님의 길 떠남은 주님을 믿고 신뢰하는 수많은 힘겹고 연약한 사람들에게 구원과 생명이 되었다.
- 창조기사와 출애굽 사건의 관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 기사가 출애굽 당시에 기록되었다고 본다면 창조기사는 단순히 세상의 기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출애굽 사건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형성이 인류의 운명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강력하게 암시한다. [본문으로]
- 구속의 목적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약을 맺은 후에 구속을 한 것이 아니라 구속을 한 후에 언약을 맺었다. 언약이 구속의 수단이 아니라 구속이 언약의 수단이다.언약은 구속하여 자유롭게 한 뒤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언약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원무궁한 통치 즉 하나님나라였다. [본문으로]
- 예수님은 하늘 보좌를 버리고 길을 떠나 사람이 되셨고 이 땅에서도 고난과 십자가를 향해 길을 떠나셨다. 주님의 출애굽(길 떠남)은 모든 사람을 살리기 위한 고난과 십자가에로의 순종이었다. 그리고 주님의 길 떠남은 주님을 믿고 신뢰하는 수많은 힘겹고 연약한 사람들에게 구원과 생명이 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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