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라드(평전)-박용호
2015-11-09 19:05:00
4. 구약신학
4-1. 폰라드의 신학
-.구약신학자인 폰 라드의 신학적 뿌리는 철저히 마르틴 루터에 닿아있다. 루터가 "개인의 구원론"의 문제와 씨름하면서 그 시대의 중심 문제와 맞섰다면 폰 라드는 "역사적인 구원사"의 문제와 씨름하면서 자신의 시대의 문제와 맞섰다.
-. 폰 라드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중세를 넘어 근세라는 새 시대를 연 종교개혁의 선구자 루터에 비견될 수 있다. 중세 가톨릭의 사상체계는 스콜라 철학이 지배했는데, 스콜라 철학은 신학과 철학이 결합된 사상체계로서 헤브라이즘 신앙에 헬레니즘을 결합해 놓은 사상체계이다. 이런 사상체계에 반다해여 루터는 헬레니즘을 끊고 헤브라이즘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성서가 성서를 해석하게 한다" 라든지 "하나님으로 하여금 하나님되게 하라"는 말은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시대적 표어였다.
-. 이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은 폰 라드에게도 해당된다. 교의학으로부터 새로운 학문분과인 성서신학을 주창한 가블러 이후 150년이 넘도록 성서신학은 진정한 의미에서 조직신학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20세기 들어 본격적인 구약신학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이이히로트의 [구약신학]마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폰 라드는 그동안 조직신학적 범주에 의한 구약신학 연구를 거부하고 성서 내적인 전승사적이고 신앙고백적인 새로운 방법론으로 구약신학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 나치 정권의 반유대주의 아래서 구약이 외면당하고 있을 때, 폰 라드는 구약성서야 말로 독일인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구약 정경의 형성과정을 말하면서, 이스라엘은 역사적 현실이 요청하는 시대의 문제 앞에서 신학적 반성을 통해 끊임없이 전승을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계속적으로 새로운 전승을 창조해 나갔고, 새로운 전승을 통해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는 그의 주장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시하는 바가 크다.
4-2. 구약과 신약의 관계
-.폰 라드는 구약과 신약의 관계성을 전승사적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그의 구약연구는 신구약관계 연구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신약에 나타나는 모든 것은 구약에서 시작된 전승의 논리적 결론이라고 말한다. 구약의 기자들이 당시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전승들을 재해석했듯이, 신약의 기자들 또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구속의 사건을 구약전승의 재해석으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폰 라드는 신약의 구원사건은 구약에 기록되어 있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의 역사를 확대하고 결론지은 것이라고 말한다.
-. 구약과 신약의 불연속성을 강조하는 대표적 학자는 불트만이다. 그는 구약의 역사를 실패의 역사로 보며 루터교의 율법과 은총의 구분과 현대 그리스도 중심주의를 따르면서 구약은 유산된 역사이고 이 실패가 일종의 약속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에게 구약성서는 유대인에게는 하나님의 계시이나 기독교인에게는 더 이상 계시가 아니며 구약은 신약의 전제일 뿐이다. 이와같이 불트만은 구약과 신약의 완전한 불연속성을 주장한다.
-. 구약의 계시는 항상 하나님의 말씀과 행동, 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폰 라드는 "역사는 말씀이 되었고, 말씀은 역사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구약의 기사들은 이스라엘 초기부터 사건 하나하나에 대한 신학적 반성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학적 반성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대해 성찰하는 것 즉 자신들의 신학적 해석을 말한다. 그리고 신약의 기자들 또한 구약의 사건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고유한 신학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예수는 구약에 나타난 사건들을 구약기자들의 해석으로 끝마칠 것이 아니라 자신을 통하여 이룩하신 하나님의 구원사의 사건에서 해석해야 된다는 최종적인 기준을 세우셨다. 이것은 구약 자체가 이미 구약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구약을 넘어 미래를 향해 열려있다는 것을 증거한다. 구약에 나타난 야훼와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구약에 있는 구원사적 사건과 신약에서 나타난 새로운 구원사적 사건이 통일성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근거를 세워준다.
-. 결국 폰 라드는 구원사의 사건에서 신약과 구약이 상관관계를 가지며, 통일성을 가진 한 권의 책으로 신구약성서를 읽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과 행동이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사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약은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이룩하신 구원사건을 교화로 하여금 이해하게 하는 열쇠가 되여 구약과 신약의 상관관계는 상로 유기적임을 알려준다. 즉, 구약은 그리스도의 빛 아래서 이해되어야 하고 그리스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약이 해석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구약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4-3. 폰라드의 신학적 방법론 및 특징
-. 폰 라드는 이스라엘의 신앙고백과 증언은 야훼가 역사 속에서 무엇을 행하셨는가에 대한 것이지 이스라엘 사람들의 사상이나 그들의 신앙세계의 구조와 양식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구약신학은 야훼가 역사 속에서 행하신 행동에 대한 증언이 되어야 한다.
-. 폰 라드는 이제까지의 연구방법이 구약을 신학으로 체계화시켰으며 이스라엘의 종교라는 일률적인 상으로 고착시킴으로써 필연적으로 허구에 불과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폰 라드는 구약신학은 역사적 형태로만 남아있는 이스라엘의 고백적 증언에 의거해서 서술해야 하며, 또한 이러한 증언은 역사적으로 계속 반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폰 라드는 양식비평과 전승비평을 구약해석의 정당한 방법론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자료비판적 연구는 너무 지나친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서 여기에 매몰되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료비평 연구는 어디까지나 목적이 아닌 텍스트가 가진 신학적 연구를 위한 수단과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폰 라드는 계시의 역사성과 역사에 나타난 계시, 이 양자의 긴장관계를 본다. 역사는 계시의 사건없이 생기지 않고, 계시는 역사적 바탕을 떠나서는 있지 않는다. 이렇게 역사와 신앙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폰 라드에게 역사의 문제는 곧 신앙의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역사 속에서 야훼가 무엇을 하셨는가?" 라는 행동에 관심을 두고 이를 구원사적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했다.
4-4. 구약신학의 기초
-.. 폰 라드는 구약신학을 중심개념, 전반적 주제, 이스라엘의 사고나 신앙세계에 대한 가정과 같은 조직신학적 범주로 조직화하는 것을 반대한다. 구약신학은 조직적 기초가 아니라 역사적 기초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 폰 라드의 주장이다. 신학에 역사에서 분리되면 신학의 정당한 이유와 기술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폰 라드는 "재서술"은 구약신학의 가장 적합한 방법론이라고 말한다.
-. 폰라드는 구약신학의 과제는 이스라엘을 위한 하나님의 실제적 간섭의 역사를 재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구약의 문서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고백적 증거의 역사를 재서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정경에 내타난 최종본문, 형태의 내러티브를 다시 서술하는데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이 전승에 영향을 미친 종교체험의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 구약신학은 아이히로트가 주장한대로 이스라엘의 사상의 구조나 패턴 혹은 이스라엘의 신앙세계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다. 폰라드는 야훼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는 개념적 언어적 관점에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관련하여 이스라엘의 삶의 현실에서 이해되고 고백된 하나님으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의 신앙은 어느 종교적 천재의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이스라엘 역사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행동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 폰 라드는 육경의 내용은 결국 이스라엘이 믿는 야훼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고백적인 기록들과 이스라엘을 위하여 하나님이 어떤 역사를 나타내셨는지를 밝혀주고 있다고 말한다. 폰 라드는 이어지는 구약의 문서들을 육경에 나타난 근본적인 신앙고백의 연속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출애굽 사건을 통해 나타난 야훼 하나님의 구원사 이해는 이스라엘 전 역사에 가장 타당한 신앙고백이 되고 있다.
- 폰 라드는 이스라엘이라는 신앙 공동체가 야훼 하나님을 어떻게 믿고 어떻게 고백했느냐에 대한 연구는 구약문서에 나타난 신론, 인간론, 세계론 등의 논리적인 이론을 밝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하다. 이스라엘의 신앙고백은 그들이 야훼와 가진 실존적인 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폰 라드는 구약신학은 야훼와 이스라엘, 야훼와 세계와의 관계를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어떤 일을 행하셨는가와 관련하여 밝히는 일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4-5. 폰 라드의 전승사 신학
-. 폰 라드는 구약 역사에 나타난 계시에 관심을 가지고 역사와 계시의 상관관계를 밝혀 계시의 역사성과 역사가 계시의 장소임을 밝히는 것을 자신의 신학의 과제로 삼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고대 신앙을 이스라엘의 역사적 삶의 현실 속에 구체화시킴에 있어 어떤 경로를 거쳐 후대로 전승되었느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신학은 그들의 과거 전승에다 새로운 전승들을 추가함으로써 형성되었는데 이는 그들의 신학적인 노작이 끊임없이 그들의 삶과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신학의 역사는 그들 신앙의 역사이다.
-. 폰 라드는 이스라엘은 역사의 처음부터 신학에 있어서 로고스보다 사건을 더 중시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 사람에게는 신학론이 없으며, 대신 신학적인 사건과 감격이 있을 뿐이다. 헬라인들이 세계를 보편적으로 이해하려 하며, 우주의 획일적인 원리나 부동의 제일원리를 찾으려고 했다면 히브리적 사고는 역사적 전승을 통한 사고다. 히브리인들은 전해져 내려오는 전승과 이에 대한 자기들의 해석을 어떻게 적절하게 연결시키느냐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전승들이 서로 뒤섞이고 짜집기가 되었다는 것이 폰 라드의 주장이다.
-.히브리인들은 믿는 바를 조직적으로 체계화하기 보다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전승을 받아들여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후대에 물려주는 일을 반복하였다. 그들은 전승을 통해 전해져 오는 역사적 사건들의 의미를 늘 새롭게 반성하고 반추하였으며 이런 신학적 반성을 "해석"이라는 명목으로 제시하였다. 그래서 처음 어느 한 전승이 형성되면 그 다음에 거기에 새로운 전승이 첨가되고 또 고기에 새로운 해석이 가하지며, 또한 새로 발견되고 수집된 다른 전승들이 첨가되어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전승의 첨가작업은 각 시대마다 새로운 해석과 함께 진행되었다.
-. 이러한 전승의 형성 과정을 관찰한다면, 이스라엘 역사를 떠나서 이스라엘의 사상세계를 운운할 수 없다. 역사에 나타난 사건들이 이스라엘의 신앙과 관련된 것이었고, 그 역사의 기술은 바로 이스라엘 신앙의 기록이었다. 폰 라드는 역사와 신앙은 이스라엘에 있어 신학의 대상으로서 항상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폰 라드는 구약신학은 이스라엘이 역사적 현실 속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한 탐구를 통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탐구는 이스라엘이 당대의 역사적 현실에 맞춰 그들이 고대 전승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살펴봄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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