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새 이름 이스라엘
2015-09-25 01:13:46
창세기 32장에는 하나님이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고쳐 부르시는 장면이 나타난다. 하나님이 사람을 이름을 고쳐 부르신 일은 아브라함과 사라의 경우가 처음이었다. 하나님은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 사래를 사라로 고쳐 부르셨는데 그렇게 하신 이유는 그들을 통해서 이루어질 하나님의 약속을 그 이름에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아브라함이나 사라라는 이름은 하나님의 약속과 관련된 언약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야곱의 새 이름인 이스라엘은 어떠한가? 이스라엘이란 이름은 야곱의 개인적인 이름으로 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야곱의 열두 아들로 시작되는 후손 전체의 이름이 되었다는 점에서 야곱에게 주어진 새 이름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야곱에게 새 이름을 하필 이스라엘이라고 지으신 것일까? 이스라엘 이란 의미는 문자 그대로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의미인데 어떻게 사람이 하나님과 겨루어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스라엘이란 이름이 주어진 대목을 보아도 야곱이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고 생각할만한 내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목은 야곱이 어떤 사람에게 축복을 받기 위하여 그 사람과 날이 새도록 씨름을 했다는 것이고 야곱이 끈질기게 붙들자 그 사람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쳐서 야곱이 더 이상 붙들지 못하게 제압을 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여기서 야곱이 이 사람에게 축복을 구한 것은 아마도 에서와 만나야 하는 상황 속에서 에서로부터 구원을 받기 위한 축복이었을 것이다. 야곱이 끈질기게 축복을 구했을 때, 그 사람은 야곱에게 이름을 묻고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고쳐주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축복의 내용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고쳐준 것이었다. 그리고 야곱이 그 사람의 이름을 묻자 그 사람은 왜 내 이름을 묻느냐고 반문하면서 야곱에게 축복하였다. 나중에 야곱은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자기가 붙들고 씨름하며 축복을 구한 사람이 하나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야곱은 그곳 이름을 하나님의 얼굴이란 의미로 브니엘이라고 지었다.
여기서 하나님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고쳐주시면서 그 이유를 그가 하나님과 및 사람과 겨루어 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신다. 문맥을 보면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말은 이스라엘에 해당하고 사람과 겨루어 이겼다는 말은 야곱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태어날 때 부터 에서의 발뒤꿈치를 붙들고 나온 야곱은 에서와 겨루어서 이겼고, 라반과도 겨루어 이긴 사람이었다. 야곱은 자기의 꾀로 사람과 겨루어 이긴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은 야곱이 사람과 겨루어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사람이란 뜻으로 새로운 이름 이스라엘을 지어주셨다.
그렇다면 야곱이 사람과 겨루어 이긴 것은 맞지만 정말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것인가? 혹자는 야곱의 끈질긴 기도에 하나님이 못이기고 축복하셨으니 야곱이 이긴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이런 해석은 이야기의 흐름을 거스리는 억지스런 점이 있다. 32장의 9-12절에 보면 에서를 만나는 두려움 가운데 야곱이 하나님께 드린 기도가 나온다. 이 기도의 요지는 에서의 손에서 자신과 처지들을 건져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야곱의 그런 요구의 배경에는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하신 약속(9절)이 있고 하나님이 자기에게 베푸신 은혜와 사랑(10절)이 있으며 또한 하나님이 직접 자신에게 하신 약속(12절)이 있다. 그러니까 야곱은 하나님의 약속에 근거해서 에서의 손에서 건져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야곱이 얍복 나루에서 어떤 사람과 날이 새도록 씨름을 하면서 축복을 요구했는데 그 축복 요구의 근거는 하나님의 약속이었을 것이다. 하나님에게 하나님이 하신 약속에 근거하여 어떤 요구를 할 때 하나님은 그 요구를 거절하실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언제나 약속에 신실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야곱이 하나님의 약속에 근거하여 축복을 끈질기게 요구했을 때 하나님은 야곱을 이길 수 없으신 것이다.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축복을 요구하는 사람을 하나님은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야곱이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고 하시면서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란 새 이름을 주신 것이다. 야곱은 하나님의 약속을 근거로 요구함으로써 하나님을 이긴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스라엘이란 이름은 하나님의 약속을 근거로 하나님께 요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이 이름이 하나님의 언약백성이 된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후손 전체의 이름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통해서 하나님은 자기의 언약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붙들기를 바라신 것이며 또한 그들이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믿음으로 행할 때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은 그들에게 약속을 반드시 지키실 것을 나타내신 것이다. 이렇게 이스라엘 이란 이름은 하나님의 약속 그리고 그 약속을 붙드는 믿음과 관련된 이름인 것이다. 35장에서 야곱이 벧엘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은 10절에서 야곱의 이름이 이제는 이스라엘이 되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신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하나님은 야곱에게 하나님이 이전에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했던 약속을 다시금 야곱에게 하신다. 그 약속은 후손의 번성에 대한 약속이었고 땅에 대한 약속이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이란 야곱의 새 이름을 반복해서 말씀하시면서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하셨던 동일한 약속을 다시 야곱에게 하시는 것으로 보아도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지어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붙들고 신뢰하라는 것이요 그렇게 할 때 하나님은 반드시 그 약속한 것을 이루시는 신실하신 분이심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이름이 여호와이시고 야곱의 후손의 이름이 이스라엘인 것은 참으로 놀랍다. 이 두 이름은 언약관계를 중심으로 표현된 언약적 이름이다. 언약의 두 당사자인 하나님과 야곱의 후손에게 각각 여호와와 이스라엘이란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여호와란 이름이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라는 의미라면 이스라엘이란 이름은 언약을 의지하는 야곱의 후손이란 뜻이다. 하나님은 언약에 신실하신 분이시므로 야곱의 후손이언약에 의지하여 호소할 때 그 호소를 결코 이기지 못하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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