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시편

시편 44편 우리 귀로 들었나이다

메르시어 2023. 4. 14. 11:29

 

시편 44편 우리 귀로 들었나이다

Tolle Rege/시편

2012-01-22 00:18:26


   이 시편 역시 앞의 두 시편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앞의 두 시편이 시인 개인의 차원에서 기록된 것이라면 44편은 공동체의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아마도 시인이 공동체의 지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44편에서 시인은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공동체를 대표하여 기도를 시작하는데 먼저 옛날 즉 자기 조상들의 날에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출애굽과 가나안 정복의 역사를 가리키는 것 같으며 그 역사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과 이스라엘의 승리에 대한 회고인 것이다. 

 

  그런데 9절부터 기도의 내용은 반전하여 현재의 패배를 말하고 있다. 이제는 주께서 우리를 버려 욕을 당하게 하시고 대적들에게 잡혀 먹힐 양처럼 넘겨주시고 여러 민족 중에 흩으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이 모든 일이 임하였지만 우리는 주를 잊지 아니하고 주의 언약을 어기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지금 자신들이 처한 상황은 마치 주께서 우리를 승냥이의 처소에 밀어넣고 사망의 그늘로 덮은 것과 같지만 그것이 자신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잊어버렸거나 이방신을 섬긴 죄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시인은 자신들의 고난이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며 도살할 양같이 여김을 받은 것이라고 고백한다.  이런 상황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앞의 두 시편에서도 시인이 처한 상황은 원수의 압제였고 그들에게 받는 조롱과 비방이었는데 그런상황이 초래된 원인이 시인의 죄악에 대한 징벌로 주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공동체가 대적에게 패배하고 수치를 당한 것이 공동체의 죄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를 위한 능욕이고 고난이라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시인은 과감하게 주여 깨소서 어찌하여 주무시나이까 이제 일어나 우리를 영원히 버리지 말라고 그리고 어찌히여 주의 얼굴을 가리시고 우리 고난과 압제를 잊우시느냐고 호소하는 것이다.  영혼은 진토속에 파묻히고 몸은 땅에 붙어버린 아무도 도울 자 없는 상황속에서 시인은 오직 도울실 이는 하나님 뿐이시니, 하나님이 일어나 도우시고 주의 인자하심으로 구원하실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42,43,44편은 모두 의로운 고난, 즉 죄없이 애매히 받는 고난에 처한 시인 개인과 시인이 속한 공동체가 드리는 기도인 것 같다. 그러므로 바울이 22절을 그리스도인이 당하는 애매한 고난으로 인용하고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넉넉히 이긴다는 놀라운 승리의 확신을 선언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