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글 바로 쓰기2)- 이오덕 (1부 2장 1-23)
우리글 바로 쓰기2)- 이오덕 (1부 2장 1-23)
2014-03-23 21:38:00
우리 말 살리기 2)
1. 중국 글자를 우리 글자로 그대로 쓰는 것은 우리 말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눈으로 글자를 읽어도, 귀로 들어도 모르는 말을 우리 말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글자 소리를 그대로 쓰는 것은 중국 글자를 쓰는 것 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른다고 할 수 있다. 중국글자를 안쓰는 요즘 글에서 중국글자 소리는 그대로 쓰지 말고 우리 말로 바꾸어쓰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예를 들면 중국 글자 주가 유가는 줏값 혹은 기름값으로 써야지 우리 말이라 할 수 있다. 지가도 마땅히 땅값이라고 써야 한다.
2. 저자는 사람들이 쉬운 우리말을 놔두고 어려운 중국글자말을 굳이 쓰려고 하는 이유는 어려운 남의 말을 써야 권위가 있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옛날부터 유식한 중국글자말 쓰는 것을 학문으로 알아왔고 양반들은 중국글과 중국글자말로 권위를 세워서 평민들의 기를 죽여왔으며 지식인들이나 관리들도 남의 나라 말로 권위를 세우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말과 글에는 사람의 인격이 담겨져 있음을 보게된다. 오늘날도 얼마나 해괴한 외국말들이 사람들의 글과 말에 가득한지 모른다. 이런 것이 모두 자기를 내세우려는 거짓 권위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권위는 쉬운 말과 글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중국글자말이 우리 겨레의 넋을 빼놓았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예로 들은 몇가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미소짓는-- 웃음짓는, 오열하다--흐느껴 울다, 해후하다- 만나다, 발발하다- 터지다, 돌입하다- 들어가다
위치한- 있는, 봉분- 무덤
3. 신문기사 제목에 [ 상경 20대, 국회 앞 할복]이라고 씌여 있는데 여기에 나타난 중국글자말이 상경과 할복이다. 이 제목을 보고 마음에 걸리는 말이 "상경"이다. 할복은 일본에서 온 말이고 할복에 해당하는 우리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써야겠지만 상경은 그대로 쓰지 말고 우리말로 바꾸어 [ 서울 온 20대, 국화 앞 할복] 이렇게 써야 한다. 여기서 저자는 무턱대고 우리말을 쓰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이 없는 경우에는 외국말을 쓰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인정하고 있다.
4. 저자는 자신이 어렸을 때만 해도 "안녕하세요" 나 "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쓴 일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점점 우리말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우리말 인사말이 뜻으로 보거나 소리가 주는 느낌으로 보거나 백 배도 더 좋은 말이라고 한다.
5. 남북한이 하나의 팀이 되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이 팀의 이름을 단일팀이니 유일팀 혹은 통일팀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는데 저자는 '한 팀' 혹은 '배달팀' 이란 우리말로 하면 좋다고 말한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중국글자말에 젖어 있으며 우리말을 쓰는 일에 소홀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6. 색깔을 나타내는 말중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중국글자말이 초록인데 초록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없었을리가 없다. 저자는 초록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풀의 색깔을 나타내는 푸른, 푸른빛이라고 말한다. 어느 사전에서는 '파랗다'와 '푸르다'를 같은 말로 풀이하는 잘못을 저질렇다. 그러나 하늘은 파랗고 산은 푸르다고 말해야 한다. 오랜 세월 중굴국자말에 기대어 살다보니 본래 우리말을 잊고 살아온 것이다.
7. 우리 말에서 '의'는 아주 드물게 쓰는데 견주어 일본말 'の'는 엄청나게 많이 쓰인다. 예를 들면 우리가 '나뭇잎 배' 라고 할 때 일본 말로는 ' 나무의 잎의 배'가 된다. 우리가 우리 글을 쓰면서 들어가서는 안되는 '의'를 함부로 쓰는 것은 일본말을 따라가고 일본말 직역체의 글을 쓰는 꼴이다.
몇가지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앞으로의 활동계획- 앞으로 활동계획, 전쟁 결과의 피해와 승리의 가치의 저울질--전쟁에 따른 피해와 승리의 가치에 대한 저울질, 미국 무기의 소련무기에 대한 우위--미국 무기가 소련무기보다 나음
범죄와의 전쟁-- 범죄와 싸우기
8. 한 방울의 물에도 우리의 노력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글에는 두 가지 잘못된 말이 씌어 있다. 토 '의'와 음직씨 입음꼴 '진다'를 쓴 것이다. 이 두가지는 모두 일본글 따라 쓴 오염된 말이다. 이 글은 '물 한방물에도 우리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라고 써야 한다. 저자는 외국 글을 번역할 때는 우리 말을 살리도록 애써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 말과 글이 와국 글을 따라게게 되어 걷잡을 수 없이 병들고 만다고 지적한다. 번역하는 우리가 귀 담아 들어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9.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어럿 들어놓고 그 밖에도 더 있다는 뜻을 나타낼 때 우리 말로는 "들"과 "따위"를 쓰는데, 글로 쓸 때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등"을 쓰고 있다. 이것도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글에 따라서 쓰인 글 따라 그렇게 쓰게 된 것이다. 우리 말로는 '등'을 사람 다음에는 '들'을 짐승이나 사물 다음에는 '따위'로 바꾸어 사용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도는 꽃길 조성공사, 거리정비 등을 마쳤고 제주도경은 전대협 등 대학생들의 시위에 대비해' 라는 신문 기사는 ' 제주도는 꽃길 조성공사, 거리정비 따위를 마쳤고 제주도경은 전대협과 그 밖의 대학생들의 시위에 대비해' 라고 쓰면 좋을 것이다.
10. 순수한 우리 말과 중국글자말이 주는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같은 뜻으로 쓰는 말인데 중국글자말을 쓰면 유식해 보이고 품위가 있어 보이고 권위가 있어 보이고, 그래서 표준이 되어 있는 말로 느껴진다. 그러니까 모두 중국글자말을 쓰고 싶어하고 우리 말은 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일제시대나 그 이전이아 혹은 분단이 된 오늘날이나 정치를 하고 학문을 하면서 사회를 움직인 사람들의 '반민중성'과 '반민족성'이 커다란 힘으로 작용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래서 아주 솔직하고 분명한 뜻을 나타내면서 소박하고 싱싱하여 생명감이 넘치던 우리 말은 끊임없이 시들어 죽어단다. 한편, 얼버무리가 알맞고 세속 따라 아첨하고 요령쓰는데 알맞고 추상 관념도 나타내고 획일로 포괄하기 잘하고 외국말 그대로 잘도 옮겨놓는 중국글자말이 온 국민의 말글 셍활을 지배하는 것이다.
11. 세계탁구대회에서 우리 여자선수들이 우승을 했는데 그 소식을 전한 신문기사들은 너무나 답답했다. 그 기사 제목은 우리 여자 선수들을 '코리아 낭자군' 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차라리 '우리 아가씨들' 이라고 쓰면 얼마나 좋은가. 또 '탁구단일팀 감격의 포옹' 이란 기사 제목도 보이는데 포옹을 대신할 우리 말이 없는가? 따지고 보면 포옹이란 말이 이런 자리에 맞지도 않다. 우리 말에는 '껴안는다' '부둥켜안는다' 얼싸안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말이 넉넉하게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아무리 아름답고 넉넉한 우리 말이 있어도 제 나라 말을 써주지 않으면 다 시들어 죽는 수 밖에 없다.
12. '기도하다'와 비슷한 말에 '시도하다'가 있다. 이 말 역시 쓰지 않는 것이 우리 말을 살리는 길이 된다. '탈출을 시도하다'란 말은 '탈출하다'라고 하면 되고 '탈출을 재시도한' 은 '다시 탈출한'이라 말하면 된다. '집단탈옥을 시도 미수에 그친'이란 말은 '무더기로 탈옥하려다가 못한'이라 쓰면 된다. '예배를 시도하는 바람에'는 시도를 없애고 '예매를 하는 바람에' 라고 쓰면 된다. '국악관현악단이 시도한 연주회'는 '국악관현악단의 연주회'로 써야 맞는 말이 된다. '이러한 시도는 현 상황에서 분명 의미있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는 '이러한 해봄은 지금 형편에서 뜻있는 일임에 틀림없다.로 고쳐쓰면 좋을 것이다.
13. 참 보기에도 딱한 일본식 중국글자말들 가운데 하나가 수순이 있다. 같은 중국글자말이라도 절차라는 우리 말이 있으니 마땅히 우리 말을 써야 할 터인데 수순을 절차라고 쓴 신문을 보지 못했다.
14. 내달, 매달, 매년, 매일, 이렇게 흔하게 쓰이는 중국글자말도 다음달, 달마다, 해마다, 날마다, 이렇게 바꾸어 써야 한다. '인민군들의 훈련하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 나의 매일 일과였다' 라는 글은 '인민군들이 훈련하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 내가 날마다 하는 일이었다"로 고쳐야 한다. 여기서 '매일'을 '날마다' 로 바로 잡으려고 하면 그 앞에 있는 일본말투나 중국글자말까지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쉬운 중국글자말조차 일본말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15. 무슨 물건이나 짐승이나 사람의 수를 나타낼 때는 그 수가 많으면 숫자로 나타내지만 얼마 안될 때는 '두 사람' 세 마리' 이렇게 쓰는 것이 좋다. 이럴 때 단위를 나타내는 말도 '명' '두' '필' 따위를 쓰지 말고 ' 사람' 마리'로 쓴다. '세 명'은 '세 사람'으로 '3 사람'은 '3 명'으로 써야 한다. '몇 명'은 '몇 사람'으로 '수 분'은 '몇 분'을로 써야 한다. 수 차례, 수 개월도 몇 차례, 몇 달로 쓰는 것이 옳다. 백여 명이라고는 말하지만 수백여명이란 말은 안 쓴다. 그냥 수백 명이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5분여' '두 달여'는 '5분 남짓' '두달 남짓'이라 써야 한다.
16. 쓰레기가 쏟아져 나와 온 땅을 더럽히고 있다. 쓰레기를 한없이 쏟아내어놓는 삶에 따른 말도 그렇다. 공해를 일으키는 행동은 말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매립 탈피, 소각 자원화 등 모색' 이런 신문기사 제목은 순수한 우리 말은 없고 모조리 중국글자로 된 말이다. 이렇게 고쳐쓰면 어떤가. "땅에 묻지 말고, 태우거나 다시 살려 쓰도록 해야' 혹은 신문기사 제목이니까 줄여서 ' 땅에 묻지 말고, 태우거나 살려 써야" 라고 쓰면된다.
17. 말은 글자를 써서 눈으로 읽게 되기 이전에, 들어서 거슬리지 않고 다른 말과 구별이 되어야 비로소 말의 구실을 한다. 그런데 요즘 지식인들이 흔히 이런 말의 성격을 잊고 글자로 써서 읽기만 하면 된다는 듯, 말을 멋대로 만들어 퍼뜨리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그 두드러진 보기가 '먹거리, 입거리, 읽거리'다. 이런 말들은 우리 말법에 맞지 않는다. 움직씨의 줄기인 '먹', '입', '읽' 따위에다 '거리'를 붙여서는 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말을 굳이 만들어서 쓰는 것은 역시 일본말의 영향 때문이다.
18. '중국인' '일본인' 보다 ' 중국사람' ' 일본사람'으로 써야 한다. 글은 말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말을 따라서 쓰는 글이 가장 자연스러운 글이다. 말을 살려서 쓰는 글쓰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어느 나라 사람임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어느 지역 사람임을 가리키는 말도 마찬가지로 영남인 대신 영남사람, 농촌인 대신 농촌사람으로 쓰면 좋다. 그런데 정치인, 체육인, 종교인 처럼 어떤 직업을 가리키는 말에는 많은 경우 '사람'을 붙여 쓸 수 없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써야 하겠지만 '문인'은 글 쓰는 사람'으로 쓰는 노력이 바람직하다. 저자는 현대의 산업과 문화가 백성 스스로 창조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다스리거나 부리는 사람과 문화라는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맡는 것으로 되고 보니, 이렇게 어떤 직업을 가리키는 중국글자말 다음에는 '사람'이란 말을 붙일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19. '신도시'도 '새 도시'라고 하면 안될까? '레미콘' 도 '시멘반죽'이나 공굴 반죽'으로 우리 말로 쓸 수도 있다. 더 답답한 말들이 많다. '씻는다'는 말을 버리고 '세척'이라고 하거나 사전에도 없는 옥탑, 타설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옥탑은 지붕으로 타설은 채우기라고 하면 된다. 인부, 하치장 같은 일본식 말은 일꾼 쌓아둔 곳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20. 신문기사에 '노견 무질서', '노견 운행', '노견으로 달리던', 따위로 '노견'이란 말이 자주 쓰인다. 차가 지나가지 않는 길가의 땅을 가리키는 말로 노견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말 '길섶'이라면 될 것이다.
그러나 '노견 주행금지'라는 괴상한 말은 '길섶 못감' 이렇게 적어놓으면 얼마나 보가 좋고 알기 쉬운가? '노면' '노폭', 노상적치물' '도로' 따위의 말도 우리 말로 '길바닥', '길폭', 길에 쌓아둔 물건', 길'이면 그만이다.
21. '연패'라는 중국글자말은 중국글자로 쓰지 않으면 내리 졌다는 말인지 이겼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는 내리 이긴 것은 연승, 내리 진 것은 연패로 쓰면 쉽게 구분이 된다. 이렇게 중국글자 때문에 일어나는 우리 말의 혼란은 중국글자말을 안써야 하고 쓰더라도 다른 말과 어울릴 수 있는 쉬운 말로 쓰면 될 것이다.
22. 신문기사나 논문 같은 글에서, 앞뒤의 이름씨를 이어주는 어찌씨로 많이 쓰는 '및'은 될 수 있는 대로 쓰지 말고 토씨 '와' 나 '과'를 쓰는 것이 좋다. 그 까닭은 '및'이란 말은 중국글을 새겨 읽을 때나 쓰지 실제 입으로는 결코 쓰지 않는 말이고 '및' 대신 '와' '과'를 쓰면 그만큼 글이 부드럽게 되고 우리 말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전역과 중국 동부지방의 소흥안령 일대 및 소련연해주의 흑룡산 계곡' 이런 보기 글은 ' 우리 나라 전역 그리고 중국 동북지방의 소흥안령 일대와 소련연해주의 흑룡산 골짜기' 이렇게 쓰는 것이 좋겠다. 또 다른 보기 글로 "청와대, 안기부, 검찰 및 회사간부'는 청와대, 안기부, 검찰 그리고 회사간부' 로 ' 레미콘의 생산 및 유통과 이로 인한 부실공사 '는 '레미콘'의 생산과 유통, 이로 인한 부실공사'로 고쳐쓸 수 있다. 이렇게 쓰면 자연스런 입말이 되는 것이다.
23. 내지(내지)를 쓰지 말자. '내지'란 말은 '및'과 함께 중국글자말과 그밖에 들어온 말을 불러 모아 요란한 중국글자말 문체를 만드는 뼈대 노릇을 하고 있다. 입말에서 쓰지 않는 말인데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말에 쓰기 시작한 고약한 말이다. '백억 내지 이백억'은 백억에서 이백억' 으로 쓰면 되고 '후퇴 내지는 정체된 것처럼'은 '후퇴하거나 정체된 것 처럼' 으로 '관련설 내지는 수사과정'은 '관련설이나 수사과정'으로 쓰면 된다. '사과 한 개 값이 300원 내지 800원에서, 500원 내지 1,000원으로 올랐다' 이 글을 ' 사과 한 개 값이 300원에서 800원 하던 것이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다.' 이렇게 쓰면 아주 시원스런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