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고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메르시어 2023. 5. 17. 11:20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2019-10-31 21:47:50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우리는 흔히 하나님에게 두 가지 다른 속성이 있다고 상정하면서 그것을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라고 말한다. 사랑으로 대표되는 속성은 은혜나 자비 구원, 용서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공의로 대표되는 속성은 공평, 정의, 진노. 심판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문제는 하나님의 이 두 속성이 대립적이라는데 있고 그렇다면 한 분 하나님에게 존재하는 이 대립적 속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에 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하나님의 이 두 대립적 속성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하여 완벽하게 조화되었다고 한다. 무슨 뜻인가 하면 십자가에는 죄를 미워하시는 하나님의 공의가 엄중하게 나타난 동시에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풍성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인류의 죄를 대신한 예수에게 진노와 심판을 퍼부은 사건이며 동시에 그 죽음을 통해 뭇 사람의 죄를 용서한 사건이 십자가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인류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 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전통적인 형벌대속론이다. 그러나 사랑과 공의를 한 분 하나님 안에 있는 대립적인 속성으로 이해하는 한, 십자가로도 이 두 속성을 조화시킬 수는 없다. 그것은 두 대립적 속성이 십자가를 통해 동시에 나타났음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두 속성이 한 분 하나님 안에서 조화되었다고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분 하나님 안에 두 대립되는 속성이 있다는 이 전제 때문에 교회사에서는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을 다른 분으로 보려는 시도가 번번이 있었고 하나님의 사랑과 모순되는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애써 외면하거나 그것이 잠정적이고 특별한 상황에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 대립적인 두 속성이 해결될 길은 없다. 나는 한 분 하나님 안에 두 대립적인 속성이 있다는 이 전제 자체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전제를 고수하는 한, 두 대립적인 속성을 조화시키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성경은 한 분 하나님 안에 한 속성만이 있다고 증거한다고 생각한다. 그 속성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의로우심이다. 하나님 안에서 오직 한 가지 의로움이라는 속성이 있기에 하나님은 언제나 영원토록 의로우신 분이시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유일하신 속성인 의로우심이란 무엇인가? 의로움이란 의미는 어떤 관계를 전제하고 그 관계를 맺은 상대방에게 그 관계에 합당한 의무를 다하는 것, 즉 관계적 혹은 언약적 신실함을 가리킨다.

 

  성경의 장구한 이야기를 여는 창세기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 구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하나님의 창조가 아니라 하나님이 누구이신가? 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지으셨다는 이 구절은 하나님과 세상과의 관계가 창조주와 피조물임을 계시한다. 하나님이 창조주시라는 선언은 하나님과 이 세계는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근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성경은 더 나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다른 피조물과 다른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지으실 때, 다른 피조물과는 달리 자기 형상과 모양을 따라 지으셨다는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다른 피조물에게 없는 특별한 관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결국 성경은 하나님은 온 세상과 창조주-피조물의 보편적 관계를 가진 분이시며 동시에 인간과는 실체- 형상이란 특별한 관계를 가진 분이심을 말하고 있다. 바로 이런 관계를 전제하고 우리는 하나님의 의로우심이란 속성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의로우심이란 속성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우선 하나님은 창조주로서 자신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심으로 그들을 보존하신다. 이것이 바로 창조주로서 피조물들을 향해 나타나는 하나님의 의로우심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하나님의 속성인 의로우심이 인간들을 향해서 어떻게 나타나느냐 하는 문제이다. 인간은 피조물중의 하나이지만 다른 피조물들에게 없는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으로 창조되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다른 피조물에게는 없는 관계의 쌍방성이 있다. 그래서 다른 피조물들은 하나님 편에서의 일방적인 보살핌과 통치를 받는 반면에,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 인간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언약적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인간이 하나님의 계시된 뜻에 순종함으로써 하나님의 통치의 실질을 드러내야하는 의무이다. 하나님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해서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하나님을 향한 자신의 언약적 의무를 다하는 일은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이루는 일이며 인간 편의 요구하는 언약적 의로움을 이루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언제나 인간을 향하여 의로우시다는 말은 하나님은 언제나 인간과 맺은 관계에 합당한 의무를 신실하게 다 행하시는 분이란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하심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에게 요구되는 인간의 의로움, 즉 언약적 의가 무엇인가이다. 인간의 의로움이란 하나님을 향해 인간이 수행해야 하는 언약적 의무인데, 그것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뜻에 순종하는 일을 의미한다. 구약에 등장하는 율법이 바로 인간을 향해 주어진 하나님의 뜻이다. 그러니 율법을 순종한다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을 향해 가진 언약적 의무를 수행함을 뜻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의로움이 된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자를 일컬어 의로운 자라고 부른다. 반대로 하나님의 율법을 거스른 자들을 죄인이라고 부른다. 의인이니 죄인이니 이런 말들은 다른 피조물에게는 해당되지 않고 오직 인간에게만 적용되는데 이는 인간만이 하나님과 쌍방적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쌍방적 관계, 그리고 이 관계에 따른 쌍방적 의무를 생각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진노가 어떻게 조화되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이나 은혜 그리고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은 한 하나님 안에 존재하는 대립적인 두 속성이 아니라 한 하나님 안에 한 속성인 하나님의 의로우심이 언약 상대방인 인간을 향해 나타나는 다른 속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자신의 의를 행할 때, 즉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언약적 의무를 다할 때, 하나님의 의로우심은 인간을 향한 사랑이나 은혜로 나타난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이 하나님을 뜻을 거스를 때, 즉 인간이 자신의 언약적 의를 다하지 못할 때, 하나님의 의로우심은 이들에게 진노하시거나 심판하심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고칠 때 하나님의 의는 그들에 대한 용서로 나타나기도 한다. 혹은 인간이 죄를 깨닫지도 못하거나 자신의 죄에 대해 절망할 때, 하나님은 일방적인 은혜나 용서를 베푸실 경우도 있다. 이것 역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합당한 하나님의 의로우심의 표현이다.

 

  

  이것은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하나의 유비로 설명할 수 있다. 부모와 자식을 예로 들 경우, 부모는 대체로 자식을 향해 부모노릇을 다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자식은 부모의 말에 순종할 경우도 있지만 종종 부모의 뜻을 거르려 엇나가기도 한다. 이런 자식에 대해 진정한 부모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자식이 순종하는 경우에는 사랑하겠지만, 자식이 엇나갈 경우에는 당연히 부모라면 책망하고 교정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 만일 부모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 혹은 아무리 책망하고 애를 써도 자식이 뉘우치지 않는다면 부모는 참고 기다려 줄 것이고 혹은 자식이 그로 인해 깊이 상심한다면 부모는 자식을 위로해 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에 존재하는 부모의 의로움이다. 또 한편으로 자식은 늘 부모의 뜻을 살펴 순종하여야 하고 혹시 잘못한 경우에는 즉시 뉘우치고 돌이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자식의 의로움이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영원토록 의로우신 분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니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혹은 진노는 한 분 하나님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속성인 의로우심에서 나오는 다른 반응일 뿐이다. 인간이 의를 행할 때 하나님은 그를 사랑하시나 인간이 죄를 범할 때 하나님은 그에게 진노하신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의로우심이다. 만일 인간이 죄를 범했는데도 하나님이 진노하시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의롭지 않은 분이 되고 만다. 하지만 죄인에게 진노하시는 것만이 하나님의 의로우심은 아니다. 죄인을 오래 참고 기다려주는 일도 혹은 죄인을 용서하시는 일도 역시 하나님의 의로우심에서 나온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다양한 행동들, 사랑, 은혜, 오래 참음, 진노, 형벌, 심판, 이런 것들이 하나님의 다양한 속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로우심이라는 유일한 속성에서 나오는 인간들을 향한 다양한 반응들로 이해할 때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는 서로 충돌하는 대립적 속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로우심의 다른 표현일 뿐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