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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3장-17장에 대한 설교

메르시어 2023. 5. 14. 17:56

요한복음 13장-17장에 대한 설교

2017-08-05 21:44:32


요한복음 13-17장에 대한 설교

 

  오늘 설교 본문은 요한복음 13-17장입니다. 이 대목은 예수께서 제자들과 유월절 식사를 하시면서 여러 가지 말씀을 하시고 제자들을 위한 기도도 하시는 장면입니다. 표적의 책이라고 불리는 요한복음에서 모든 표적들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을 향한 예수의 공적 사역도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는 오직 예수는 제자들만을 상대해서 길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요한복음의 이 대목이 요한복음 전체의 분수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요한복음은 이 대목을 중심으로 앞에서 대중을 향한 여러 표적과 가르침이 주어지고 이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나타납니다. 이야기의 진행으로 보면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다가 이 대목에서 멈춘 듯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대목이 지나면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문을 바라본다면 이 본문은 앞에서 예수께서 대중들을 상대로 표적을 행하시고 이런저런 모양으로 가르치신 일 그리고 뒤에서 일어날 예수의 죽음과 부활 사건, 이 모든 것의 의미와 목적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는 자신의 임박한 죽음, 지금 이 장면이 목요일이고 금요일 오후에 예수는 십자가에 달리시니 바로 내일 일어날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지금 예수는 제자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는 지금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하나님나라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본문 앞에 등장한 모든 표적들과 가르침이 바로 예수 자신으로 말미암아 도래할 하나님나라를 보여준 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예수는 자신이 보여준 그 표적들이 지향하는 하나님나라에 대해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장면 이후에 일어날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예수 자신이 표적들을 통해 보여준 하나님나라의 성취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본문의 가르침은 이 본문 앞에서 나타난 표적들이 보여준 하나님나라 그리고 이 본문 이후에 나타날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뤄질 하나님나라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본문을 분수령으로 앞에서는 표적들을 통해 하나님나라가 증거되었다면 뒤에서는 그렇게 증거된 하나님나라가 이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결정적으로 성취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이제 이런 관점으로 본문에 나타난 가르침의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먼저 본문은 유월절 식사 자리에서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유명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제자들은 왜 예수가 자신들의 발을 씻기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당시 로마 사회에서 선생이 제자들의 발을 씻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절대로 내 발을 씻지 못하신다고 거부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지금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이 행위는 당시 로마 사회에서 종이 주인을 섬기는 대표적인 행위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예수는 자신이 선생임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향하여 종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셈입니다. 섬김을 받아야 할 자가 오히려 섬기는 자가 된 대단히 불편하고 이상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후에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의 의미를 아느냐고 물으셨습니다. (13 12) 그리고 그 의미를 가르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주와 선생이 되어 너희들의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다고 말씀하십니다.(13 14-15) 결국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지금 자신이 선생인데도 불구하고 제자들의 종노릇을 했으니 제자들도 서로 종노릇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까? 이 세상은 자신은 대접받으려고 하고 남은 무시하고 압제하려합니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도 모두 가진 자들 힘 있는 자들의 갑질이 아닙니까? 인간의 역사는 힘 있는 자들의 지배와 압제 그리고 힘없는 자들의 복종과 저항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지배하는 갑과 지배받는 을들이 존재하는 것이 세상 질서이며 이 질서를 따라 세상은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예수가 보여준 행동과 가르침은 이 세상 질서와 전혀 다른 하나님나라의 질서를 보여준 것입니다. 이 세상이 알지도 못하고 흉내 낼 수도 없는 하나님나라 질서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선생이 제자들의 종노릇을 하는 세상, 섬김을 받으려 하지 않고 서로 섬기려고 하는 세상, 다시 말하면 갑이나 을이 없는 놀랍고 새로운 나라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나라의 질서입니다. 그러니 그 나라에서는 갈등과 원망이 없을 것이며 싸움도 슬픔도 고통도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가 표적들을 통해 보여준 하나님나라이며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성취하려는 나라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를 배신할 유다가 나간 후에 예수는 지금 인자가 영광을 받았고 하나님도 인자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셨다고 말합니다. 이제 유다는 예수를 팔 것이고 예수는 잡혀서 죽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는 유다가 나간 후에 영광을 받을 것을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지금 예수가 말하는 영광이란 바로 자신의 십자가 죽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예수의 죽음을 통해 예수도 영광을 받고 하나님도 영광을 받으신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영광, 특별히 예수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이 십자가를 통해서 충만하게 드러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제 십자가를 통해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하나님나라가 드디어 이 땅에 도래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이 땅에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이렇게 하나님의 영광에 대해 말한 후에 예수는 제자들에게 새 계명을 준다고 하시며 이렇게 말합니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 (13 34-35) 왜 갑자기 예수는 새 계명을 준다고 한 것인가요? 또 여기서 서로 사랑하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지금 예수가 말한 새 계명은 갑작스런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앞에서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긴 행위와 이어진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자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 예수가 제자들을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는 이 새 계명은 앞에서 내가 주와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라는 앞의 말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사랑하란 말은 개인적, 내면적, 정서적인 차원의 사랑이 아니라 섬김을 받으려 하지 않고 서로 섬기는 구체적이고 공동체적인 행동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서로 갑질을 하지 말고 오히려 을이 되라는 명령이지요. 그러니까 지금 예수는 하나님나라의 질서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시아 예수를 통해 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에 임하게 될 때 그 나라에는 갑도 없고 을도 없을 것이며 서로 사랑하는 나라 서로 섬기려는 나라가 등장할 것입니다. 바로 이런 나라를 예수는 자신의 표적들을 통해 보여주었고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건설하려는 것 아닌가요?

 

  예수는 이제 자신이 곧 제자들을 떠나갈 것을 말씀하시며 자신이 떠나가면 아버지께 구해서 또 다른 보혜사를 제자들에게 주어 영원토록 제자들과 함께 있게 하겠다고 말합니다.(1416) 그런데 보혜사를 보낸다는 말을 하기 전에 예수는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키리라 는 말을 합니다.(14 15) 이것은 새 계명을 지키는 일과 예수가 보내실 보혜사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예수는 이 보혜사를 진리의 영이라고 하시며 세상은 능히 그를 받지도 못하고 그를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진리의 영을 알뿐더러 그가 제자들과 함께 거하실 것이며 제자들 속에 계실 것이라고 말합니다.(14 17) 그러니까 이 말은 제자들이 하나님 나라의 질서인 새 계명을 지키는 일을 보혜사인 진리의 영이 도우시고 인도하신다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은 새 계명을 지키지도 못하고 진리의 영을 알지도 못하는 것이지요. 예수는 다시금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고 말합니다.(14 21) 이 말은 결국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하나님의 통치에 순복하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그 백성들이 하나님의 다스림에 순종하는 나라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며 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14 23-24)

 

  15장에는 예수님의 포도나무 비유가 등장합니다. 그 비유의 요지는 포도나무가 열매를 풍성하게 맺으려면 그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하는 것 같이 제자들도 열매를 많이 맺으려면 예수 안에 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15 4-5) 그리고 예수는 제자들이 열매를 많이 맺으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여 제자들도 참으로 예수의 제자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 비유 직후에 예수는 다시 새 계명을 지키라는 말을 합니다.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라”(15 12) 그러면서 예수는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고 말합니다.(15 10) 결국 예수의 이 말씀은 제자들이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의 계명을 지킬 때 그들이 예수의 사랑 안에 거하게 되고 하나님나라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예수의 계명을 따라 서로 사랑하게 될 때(15 17) 세상은 예수를 미워했듯이 제자들을 미워할 것입니다.(15 18) 왜냐하면 제자들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세상의 질서에 저항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곧 갑도 없고 을도 없는 새로운 세상, 곧 하나님나라의 질서입니다. 이 질서는 분명히 갑과 을이 존재해야만 유지되는 세상의 질서에 반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자들이 예수의 계명을 따라 서로 사랑하게 될 때, 세상은 그들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자기가 떠나가면 보혜사를 보낼 것이라고 약속합니다.(16 7) 그리고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제자들을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실 것이라고 말합니다.(16 13) 그리고 그 때에 제자들은 다시는 근심하지 않고 마음이 기쁠 것이며 그들의 기쁨을 빼앗을 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16 22)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수는 제자들에게 환난을 당하니 담대하라고 당부하시면서 자신이 세상을 이기었다고 말씀합니다, 세상을 이기었다는 이 말씀은 당시 제자들이 깨닫지 못했겠지만 이 말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가리키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모든 교훈을 끝내시고 예수는 마지막으로 제자들을 위해 아버지에게 기도합니다. 그 기도의 핵심은 예수 자신은 세상에 더 있지 않지만 제자들은 세상에 있으므로 그들을 지켜달라는 것이고 그들도 예수가 아버지와 하나가 된 것 같이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예수는 떠나가지만 제자들은 이 세상에 남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가 세우신 하나님나라의 백성으로서 제자들은 그 나라를 이 세상에서 증거해야 할 증인들로 세워진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라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기를 기도합니다. (17 15) 예수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 같이 제자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았고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택함을 받은 자들입니다.(17 16) 하나님은 예수를 세상에 보내어 하나님나라를 세우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자들은 예수가 세우신 하나님나라의 증인으로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는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 같이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었다고 말한 것입니다.(17 18) 이제 내일 오후면 예수는 십자가 달릴 것이며 제자들을 떠나 아버지께도 돌아갈 것입니다. 아버지가 세상이 보내신 모든 사명을 다 마치고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가 세우신 하나님나라는 이제 제자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증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는 아버지가 자신을 세상에 보내신 것 같이 자신도 제자들을 세상에 보낸다고 말합니다. 제자들이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들이 그들이 예수의 제자들인 줄 알게 될 것이란 말씀처럼,(13 35) 이제 제자들이 예수의 새 계명을 지킬 때 세상은 그들을 미워하겠지만 하나님나라는 그들을 통해 이 세상에 증거될 것이며 진리의 영도 그들과 함께하며 도우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