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의 인간 번영과 하나님나라
볼프의 인간 번영과 하나님나라
2017-06-09 07:21:23
1. 볼프가 말하는 인간 번영은 하나님나라라는 성경적 언어를 사회적 언어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번영은 하나님의 통치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볼프는 전통적인 관점을 따라 하나님나라를 미래의 종말론적 사건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볼프에게 하나님나라는 프투룸(현재의 원인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라 아드벤투스(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로서 시공 밖에서 오는 미래)다. 그는 아드벤투스로서의 하나님나라가 도래할 때 인간의 번영도 완전히 실현된다고 보는 것 같다. 볼프는 기독교 신앙의 진정한 핵심을 아드벤투스로서의 하나님나라의 도래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볼프는 하나님나라의 본질이 역사의 종말로서의 아드밴투스이기에 그 기다림은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그 기다림에는 수동적인 면과 아울러 능동적인 면이 있으므로 그리스도인은 영광 가운데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면서 동시에 겸손하게 오신 그리스도를 매일의 행위로 나타내야 한다고 말한다.
2. 볼프의 이런 진술은 하나님나라의 현재면과 미래면의 상호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하나님나라가 이미 도래했으며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 그 나라가 장차 도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볼프가 말하는 수동적 기다림이 그리스도의 재림시에 도래할 미래의 하나님나라와 관련된다면 능동적 기다림은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이미 도래한 하나님나라와 관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하나님나라는 시작되었고 그 나라는 현재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적으로 존재하는 그 나라는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고 미래의 완전한 나라를 향하여 진행되어 나간다. 물론 볼프는 하나님나라를 프투름이 아니라 아드벤투스로 이해하기에 현재의 하나님나라와 미래의 하나님나라의 불연속성을 의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볼프에게 능동적 기다림이 요구되는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미 오신 그리스도를 매일의 행위로 나타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것이 볼프가 말하는 인간의 번영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가? 볼프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하나님나라의 미래면에서 인간의 번영이 완전히 실현된다면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에서 그리스도인은 인간의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은 하나님나라의 미래면인 인간 번영의 완전한 실현을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하지만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에서는 인간 번영의 부분적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능동적 기다림이 요구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면에서 볼프는 하나님나라의 미래면과 현재면의 연속성을 암시한다. 비록 인간 번영의 완전한 실현은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말론적 사건으로 이뤄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번영을 추구하는 인간의 노력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나라에 대한 볼프의 이해로 볼 때, 이것이 하나님이 인간 번영을 완전히 실현하시는데 인간이 부분적이나마 이룩한 인간 번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3. 그렇다면 기다림의 수동성과 능동성은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일까? 볼프는 이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볼프의 논지를 따라서 어느정도는 그의 생각을 추적해 갈 여지가 있어 보인다. 볼프에게 인간 번영은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순종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에서 인간 번영을 추구하는 것은 실천적으로는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순종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미래면에서 인간 번영이 완전히 실현된다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인간의 순종이 완전히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아드벤투스로서의 하나님나라에서 하나님의 통치는 완전히 드러나고 그 통치에 대한 순종도 완전히 이뤄질 것이며 따라서 인간 번영의 완전한 실현도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에서 하나님의 통치는 감추어져 있다. 그렇기에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는 감추어진 하나님의 통치를 세상에 드러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통치를 분별하고 그 통치에 순종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아마도 이것이 볼프가 말하는 오신 그리스도를 매일의 행위로 나타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볼프는 비록 부분적이지만 인간의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4. 그렇다면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에서 인간 번영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번영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감추어진 하나님의 통치를 순종을 통해 드러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관련된다고 보인다. 하나님나라의 미래면에서 하나님의 통치는 감추 어지지 않고 완전히 드러날 것이고 그 때에는 그 통치를 드러내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순종이 요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 통치가 감추어진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에서는 하나님은 그리스도인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의 통치가 드러나길 요구하신다. 이렇게 본다면 하나님나라의 미래면과 현재면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하나님의 통치와 그에 대한 순종일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에서 하나님의 통치는 감추어져 있고 그리스도인의 순종은 불완전할 것이고 따라서 인간 번영도 부분적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나라의 미래면에서 그 통치는 완전히 드러나고 인간의 순종도 완전히 실현되며 따라서 인간도 완전한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나라의 현재면에서 어떻게 감추어진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낼 것인가? 어떻게 비록 불완전 하나마 순종을 추구할 것인가? 또한 비록 부분적이나마 인간 번영을 누릴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볼프는 정경적 맥락(성경에 대한 해석) 과 현대적 맥락(상황에 대한 해석)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두 맥락을 잘 읽음으로써 그리스도인은 자신들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감추어진 통치를 발견하고 그 통치에 구체적으로 순종할 수 있다는 볼프의 진술은 매우 적실해 보인다.
인간의 번영- 미로슬라브 볼프
2017-06-28 20:18:30
1. 볼프는 종교적 비관용은 지구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면서 로크가 말한 종교의 자유만이 아니라 타종교에 대한 존중, 관용, 즉 적극적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볼프는 종교적 비관용은 진정한 사랑과 공존할 수 없고 진정한 종교는 강요가 아니라 지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볼프는 각 종교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도덕원칙(양심의 자유, 평등한 존중)과 작동모드(정교분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볼프는 타종교에 대한 존중이 가능하뎌면 정치적 다원주의도 가능하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종교적 배타성은 정교일치 아래에서 정치적 배타성으로 작용해왔지만 볼프는 종교적 배타주의와 정치적 다원주의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칼 포퍼, 루소 등은 종교적 배타주의와 정치적 다원주의의 양립불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볼프는 17세기 로저 윌리암스를 예로 들면서 그 가능성을 제시한다. 볼프는 미국의 우파 기독교가 자신들의 종교적 배타성에도 불구하고 다원적 민주주의 미덕을 지켰다고 주장한다. 볼프는 지구화라는 상황 속에서 화해를 이루는 필수적 요소로 종교의 긍정성을 제시한다. 그는 지구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갈등과 폭력은 종교의 자유, 상호 존중, 다원적 정치구조로 완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2. 볼프는 다종교, 다문화 체계에서 각자의 고유한 진리와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공선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종교의 공적 기능, 종교의 자유, 타종교에 대한 존중에 기초한 사회는 갈등을 지양하고 평화를 지향함으로써 인간의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볼프는 배타적 종교주의 안에서 실현되는 정치적 다원주의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볼프는 이 책에서 지구화를 중립적인 형태로 이해하고 지구화로 인해 증폭되는 비인간적인 상황이나 빈부격차와 국가간의 경제 불균형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그는 세계종교가 지구화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해결방법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국가 내부의 정책이나 국가 간의 정책으로 연결되는지 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