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역사적 예수연구

메르시어 2023. 5. 14. 16:53

역사적 예수연구의 역사

2017-04-04 09:21:56


1. 역사적 예수 연구가 신학과 교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2010년대 에 이르러 더이상 새로운 역사적 예수 연구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이제 역사적 예수 연구는 그 결실의 계절을 넘어서 비평과 적용의 장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역사적 예수 연구의 주된 방법은 복음서의 신앙화된 예수와 역사적 예수를 구분하는 것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호칭에서 주(Kyrios; 퀴리오스)나 그리스도(Christ)는 역사적 인물인 예수가 주이시며 그리스도라는 신앙적 고백의 표현이다. 예를 들면 바울은 그리스도를 유월절 양이라고 비유하는데(고전5:7), 사실 역사적 예수와 유월절 영은 무관하지만 바울은 신앙화된 예수를 어린양으로 은유적으로 연결한 것이다. 구약의 유월절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성만찬 이야기도 역사적 예수가 한 말이라고 인정되기 어렵다. 이것은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에 대한 구약적 변증의 사례인데, 신약성경에는 신앙의 그리스도에 대한 이런 구약적 변증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이것은 복음서가 역사적 예수가 아니라 이미 신앙화된 그리스도에 대한 기록임을 의미한다. 

2. 역사적 예수 연구에는 양식 비평이 기여한 바가 많다. 마가복음 4장에 보면 씨뿌리는 자의 비유가 나오고 그 비유에 대한 해석이 나오는데 여기서 비유 자체는 역사적 예수에서 전승된 것으로 보이지만 비유에 대한 해석은 신앙화된 예수에서 전승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가복음 35-41절의 이야기는 고난받는 마가 공동체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을 것이다. 그것은 고난 가운데 신앙을 격려하는 메시지였기 때문인데, 이 이야기에도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예수의 두가지 전승이 얽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산 사건 이야기에도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예수의 전승층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역사적 예수 연구의 출발점은 근대인에게 예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신화적 예수를 벗겨내고 성경의 기적적 이야기를 이성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었는데, 그 결과로 남은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예수뿐이었다. 슈바이처는 이런 역사적 예수 연구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인데 그는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결국 들여다 본 것은 연구자 자신의 얼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불트만은 그의 책 공관복음 전승사에서 복음서에는 신앙의 그리스도만 존재하며 역사적 예수 연구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이렇게 해서 역사적 예수 연구의 제1 라운드는 끝이 났다.

 

3. 편집 비평의 등장으로 역사적 예수 연구의 제2라운드가 다시 부활했다. 편집비평에 의하면 각각의 복음서는 서로 다른 신학적 의도를 가지고 편집되었다고 본다. 신약학자들은 Q자료(Quelle; 마가 복음에는 없지만 마태와 누가 복음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예수의 어록에 대한 구전전승 자료가 존재한다는 주장) 도마 복음서의 발굴로 Q자료 가설은 더욱 지지를 받게 되었다. 그러니까 각각의 복음서 기자는 마가복음의 자료와 Q자료를 자신의 신학적 의도를 가지고 편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Q자료에 나타난 예수와 복음서의 예수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거 이것은 복음서가 전적으로 신앙화된 예수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1960-70년 어간에 미국 복음주의 교회는 성장하면서 신앙이 규격화되고 보수화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신학적 정체성에 회의를 가진 진보신학자들은 역사적 예수 연구의 필요성을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도미닉 크로산이나 마커스 보그는 마가와 Q자료를 중심으로 전승층을 규명하고 사회학적 맥락에서 역사적 예수를 연구해했다. 이와 달리 제임스던, 샌더스, 톰라이트 등은 바울에 관한 새관점에 의거하여 유대적 배경하에서 역사적 예수를 연구한다.

 

역사적 예수(복음주의 관점) by 데럴 복

2017-05-13 21:42:18


데럴 복의 주요 논점들

 

1. 데럴 복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복음주의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만 역사적 예수 연구는 가용한 자료의 한계와 그 자료를 해석하는 우리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연구 결과들은 잠정적이고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이미 정립된 사실들은 크게 도전받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2. 그는 유대교 맥락에서 예수 이해를 출발점으로 삼는 최근의 역사적 연구는 예수가 유대인이라는 사실과 제2성전기 유대교에 대한 점증하는 지식을 고려할 때 적절한 출발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 예수와 제2성전이 유대교 정황과의 관계성을 역사적으로 조망하는 것은 성서의 예수가 기억된 예수라는 점을 명심하기만 한다면 가치 있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3. 그는 예수에 대한 비자서전적 묘사(복음서들) 는 자서전보다 더 정확하고 가치 있는 기록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런 비자서전적 묘사들은 예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력이 대단히 중요했음을 보여주므로 더 역사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 이어서 데럴 복은 복음서에서 묘사하는 예수 사역의 다음 핵심 주제들이 매우 개연성이 있는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논증한다. 그것은 세례요한의 관련 이야기들, 주변인들에게 다가가는 예수 사역의 특성, 예수의 가르침에 담긴 전적인 헌신의 요청, 하나님나라에 대한 약속들, 예수의 암시적인 자계시(메시아됨), 죄사함과 성령, 수난에 대한 예고, 예루살렘 입성과 유월절 만찬, 성전 사건, 예수에 대한 유대인의 심문, 빌라도의 심문과 십자가에 죽음.. 등이다. 다만 복은 부활에 관한 논의는 역사적 예수 연구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활 사건은 기독교의 태동에 매우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5. 결국 복은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는 불가해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예수에 대한 복음서의 이야기는 역사적 예수가 실제로 말하고 행동한 것 속에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데럴 복에 대한 평가

 

1. 프라이스는 역사적 예수를 그리스적 요소로부터 단절시키고 제2성전기 유대교적 정황에서 이해하려는 것은 복음서 전승의 역사적 정확성을 옹호하려는 복음주의자들의 기회주의적 태도라고 비판한다. 그는 이런 태도의 배경에는 수세기 동안 유대교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기독교의 타협이 있다고 본다. 특히 프라이스는 메시아라는 명칭이 그토록 빨리 예수라는 이름과 관련지어진 사실은 예수 자신이 스스로 메시아라고 주장했다고 가정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복의 주장은 불트만의 (권위 있고 설득력 있) 논증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불트만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신약성서에서 예수가 그의 부활 이후에야 메시아의 영예를 얻었다고 간주하는 일종의 양자론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고 강조한다. 결국 프라이스는 복은 성경의 묘사 그대로를 역사적 예수에 대한 반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비판한다.

 

2. 크로산은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예수 사이의 오랜 반목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복의 주장에 동감한다. 그러나 크로산은 복이 사용하는 당혹성의 기준은 이론상으로는 가치 있는 판별 기준이지만 사용하기에 아주 조심스런 기준이라고 말한다. 크로산은 당혹하게 보이는 기사들은 역사적 예수를 반영하기보다는 복음서 저자의 의도적인 창작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크로산은 복이 제안하는 (예수에 대한)역사적 재구성이 어째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크로산은 복이 재구성한 그런 역사적 예수를 통해서는 어떤 성육신한 그리스도도 만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결국 크로산은 복은 예수에 대한 역사적 재구성과 예수에 대한 신앙적은 고백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3. 존슨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비록 자료의 한계로 인해 제한적이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복의 입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존슨은 복음서들에서 예수의 의도가 그의 행동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하는 전제가 복의 논문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복의 논문은 역사 연구로서 진지하게 고려될 만한 가치를 상실한다고 혹평한다. 존슨은 복음서의 본문을 아무런 비평도 필요 없이, 역사뿐만 아니라 예수의 개인적인 심리상태까지 직접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복의 (역사적 예수에 대한) 복음주의적 해석은 오류라고 비판한다.

 

4. 던은 복이 기억된 예수와 예수가 (제자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강조하는 것을 기뻐한다. 그러나 던은 복이 역사적 예수라는 용어를 다소 무분별하게 구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역사적 예수가 역사적 연구를 통해 재구성된 예수의 삶과 사역을 암시한다고 여기는 것은 역사주의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예수가 마치 역사를 통해 발굴할 수 있는 고고학적 유물이기라도 한 것처럼 다루는 위험성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던은 자료와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역사적 방법은 자료들로부터 사실을 추출하는 것이며 따라서 사실이란 언제나 자료에 대한 해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던은 복음서가 언급하는 사건들은 그 자체로 굳건한 사실들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 사건들은 우리가 가진 자료들을 동원해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해석할 때만 사실들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던은 역사적 방법론이 확실성이 아니라 오직 개연성만을 산출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던은 신앙은 굳건한 사실들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오히려 자료의 신방성과 그 자료로부터 도출된 해석의 진실성에 대한 확신과 신뢰하고 말한다. 던은 역사적 탐구에서 확실성이 아니라 개연성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신앙인들에게 우려했던 것만큼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그래서 던은 역사적 실재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순수하게 비평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던은 비평적이란 말은 부정적인 비판이나 무조건적 거부가 아니라 가능한 정확하고 역사적으로 신뢰할만한 그림을(역사적 예수에 대한) 얻기 위해 모든 유효한 자료들을 신중하게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예수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논쟁

2017-06-09 10:04:21


  최근 학자들은 예수 시대에 갈리리가 그리스-로마 세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헬라화되었다는 논지를 편다. 리처드 호슬리, 마커스 보그는 예수 당시의 갈릴리는 이중과세, 고리대금의 성행,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그리고 농민 몰락 등으로 극심한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이 직면해 있었다고 주장한다. 도미닉 크로산이나 하워드 키는 예수 당시의 갈릴리에는 이방 신전도 있었고 유대인들은 헬라화되어 유대 율법이 금지한 풍습들도 따랐다고 말한다. 이에 반대하여 샌더스는 유대적 사상과 전통이 반영된 예수 당시의 세계를 제시한다.  샌더스는 학자들이 예수 당시 팔레스타인에 대해 서술할 때 로마에 대한 과도한 비중을 부여하는 경향을 지적하면서 헤롯 대왕은 예루살렘 주민들을 헬라화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으며 헤롯 대왕 시기에 로마는 팔레스타인에 상당한 자율권을 주었다고 말한다.  샌더스는 오히려 헤롯은 유대전통을 지키려 했고 갈릴리를 통치하던 안티파스 역시 자신의 영토 내의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예수 시대에 갈릴리는 전체적으로 볼 때 유대인의 방식으로 통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샌더스는 예수의 역사적 배경을 유대전통이 비교적 잘 보존된 사회로 서술한다. 샌더스는 최근 고고학이 발전하고 역사적 예수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예수를 매우 비유대적으로 그리는 경향을 반대하며 예수 당시 펠레스타인이 헬라화되었다는 역사적 근거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샌더스는 역사적 예수를 철저히 유대전통에서 등장한 인물로 그려낸다. 그는 역사적 예수는 유대의 다른 예언자들과 상당히 유사하며 예수가 주장한 하나님나라는 히브리 성서와 유대 전통 속에서 공유되던 철저히 유대적인 사상이었다고 주장한다. 

  제임스 던은 자신의 책 "예수와 기독교의 기원"에서 E.P.Sanders의 :예수와 유대교"로 시작된 역사적 예수의  제3의 연구를 확장 발전시켰다. 던은 자신의 책에서 역사적 예수 탐구는 예수가 사역의 시초부터 신앙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과, 이 신앙이 예수가 행한 사역의 역사적 실재성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던은 문학적인 방식으로 탐구했던 역사적 예수 연구 방식에 다양성을 더해서 편협한 문학적 패러다임을 버리고 예수 전승의 역사에서 구전 단계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구전 전승의 시작 단계에서 제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던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전통적인 연구 방향에서 예수와 우대교의 연속성을 무시하거나 격하시키는 반유대주의적 경향을 반대하며 역사적 예수 연구는 예수가 유대교에 속했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던은 이런 역사적 예수의 발견 작업을 통해 예수의 전승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으며 그 전통을 통해 기독교가 발원한 예수, 기억된 예수를 만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