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과 하나님나라
언약과 하나님나라
2016-05-17 05:05:32
하나님나라를 하나님의 통치라고만 하면 대단히 부족한 말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할 때 하나님나라에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거나 배제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나라가 하나님이 혼자 이루시는 나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나라는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이루는 나라다. 하나님은 인간 없이 홀로 통치하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함께 혹은 인간을 통해 다스리시는 분이시다. 바로 이 목적을 위해 하나님은 인간을 지으셨고 특별히 자기 형상대로 인간을 만드신 것이다. 자기 형상대로 만들었다는 것은 물론 하나님이 인간을 자신의 대리 통치자로 세우셨다는 의미다.
창세기에 등징하는 선악과 이야기는 하나님을 대신해 다스리는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순종은 결코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 것임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순종을 요구하신다. 그리고 그 순종은 당연히 자발적인 것이다. 만일 자발적이 아니라면 그것은 순종이라기 보다는 복종이나 굴종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에게 굴종이나 복종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직 순종을 요구하신다. 순종을 요구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순종해야 하는 인간, 이것이 하나님과 그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근본적인 관계였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인간에게 순종을 요구하시는가? 그것은 인간이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는 자기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대로 만물을 다스려야 한다. 그것이 대리 통치자의 의무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순종을 요구하시며 인간은 하나님에게 순종해야 하는 존재다. 죄라는 개념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순종해야 할 인간이 순종하지 않은 것, 즉 불순종이 바로 죄다. 그러니까 죄란 단순히 윤리 도덕적 차원이기 이전에 대리통치의 차원이고 하나님이 인간과 세상을 지으신 창조목적의 문제다. 그렇다면 죄의 문제의 해결의 지향점은 단순한 죄의 용서로 끝나거나 심판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 통치자로서의 인간의 역할의 회복 즉 창조목적의 회복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성경의 맥락에서 보면 하나님나라란 단순한 하나님의 통치가 아니라 인간의 자발적인 순종을 통해 실현되는 하나님의 통치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나라는 언약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자기 형상으로 지으신 것이나 인간에게 대리 통치의 권세를 주신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모종의 특별한 관계가 전제되어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바로 언약관계다. 그 언약의 목적은 바로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언약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하나님나라는 이 땅에 실현된다. 그렇다면 죄란 바로 이 언약관계를 깨뜨린 것이고 그 결과 하나님나라를 파괴한 실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의 언약백성이 언약에 신실하게 행함을 통하여 이 땅에 실현되는 하나님나라다.
모세 오경의 이야기는 이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그에게 후손과 땅을 약속해 주시는데 그 결과 이스라엘 민족이 형성되고 그들은 가나안 땅을 차지하게 된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의 내용은 결국 언약백성을 형성하고 그들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써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아담을 통해 이루시려던 하나님나라를 이스라엘을 통해 이루시려고 하신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통해 이루어진 하나님나라가 온 천하에 미치게 하시려던 것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져내시고 광야에서 그들과 언약을 맺고 율법을 주시며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그러나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은 불순종했고 그들은 그 땅에서 쫒겨나 이방에 사로잡혀 가게 된다.
이렇게 보면 아담을 통해 이루시려던 하나님나라도 실패하고 이스라엘을 통해 이루시려던 하나님나라도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언제나 인간 편에 있었다. 아담이 불순종했듯이 이스라엘도 불순종했다. 인간의 순종없이는 하나님나라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순종하는 인간으로 이 땅에 오셨고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 순종하는 인간의 본을 보이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두번째 아담이며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상에 오셨다. 따라서 그의 순종은 곧 아담의 순종이며 그의 순종은 이스라엘의 순종을 의미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순종한 아담이며, 순종한 이스라엘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을 통해서 이 땅에 하나님나라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시작 첫 번째 선포는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이다. 참 인간이신 예수, 참 이스라엘이신 예수의 순종을 통해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수의 순종을 통해 그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고 완성을 향해 진행되고 있다. 마치 씨앗이 뿌려지고 자라서 열매를 맺듯이 그나라는 예수의 순종으로 시작되었고 성령의 역사로 자라나며 성부의 종말사역으로 열매맺어 완성될 것이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로 인해 세워진 그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이며 예수의 순종을 따라 그 나라의 백성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