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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공적실천 방법으로서의 대화와 참여- 강영롱

메르시어 2023. 5. 11. 17:01

교회의 공적실천 방법으로서의 대화와 참여- 강영롱

2016-04-12 17:15:00


 

이성적 사유가 종교적 신념을 대신할 것이라는 세속화에 대한 예상이 깨지고 있다. 전 세계곳곳에서 영성과 종교가 새로운 부흥을 맞고 있으며 서구 유럽에도 이슬람 세력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종교적 명분을 전면에 내건 분쟁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버마스는 오늘날의 이런 시대를 후기세속사회라고 칭하면서 후기세속사회에서는 사회가 종교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후기세속사회에서  종교는 이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공론장으로 나와야 하며 공전과 답보를 거듭하는 공론장에서 종교가 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종교 안에는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고 도덕적 실천을 견인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하머마스는 종교적 자원은 사회가 이해할 수 있 세속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하며 사회와 종교 간에 상호 배움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하버마스가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한 반면 테일러는 종교의 사회적 위상에 주목한다. 하버마스가 후기세속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종교의  공적역할을 강조하였다면 테일러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종교의 지위와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테일러는 그동안  근대는 더 큰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자족적이고 정합적인 세계를 구축했고, 사회통합과 결속을 위해서 종교를 도구적으로 활용해 왔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날 현대인들은 제도화된 종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진정성의 이상을 충족시켜주는 영적인 경험을 원하기 때문에 이제 종교는 세속사회의 질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른 상상력을 제공해야 하고 그들을 초월성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테일러는 이질적인 가치와 신념이 공존하는 다원사회에서  종교가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다고 말한다.

 

세속사회에 대한 하버마스와 테일러의 진단을 받아들인다면 교회가 공적 활동을 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게 된다. 하나는 하버마스의 의견대로 교회가 공론장의 다른 구성원들과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해 협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테일러의 의견대로 교회의 자율적인 활동이 공적인 관심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전자는 교회가 시민사회의 관심사에 협력하여 공론장에서 교회의 입장을 개진함으로써 공적 실천을 이행하는 것이고 후자는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독특한 활동을  함으로써 다원주의 공론장의 일원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교회의 공적 실천의 이런 두 가지 방식을 이끌어가는 신학을 볼프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십자가 신학에 기반하여 타자를 끌어안는 포용을 강조하는 볼프의 신학은 교회와 세상을 놓고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신학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볼프는 신앙과 삶의 방식이 분리될 수 없듯이 사회적 행위자의 정체성과 사회적 실천은 분리될 수 없으며 교회의 정체성과 교회의 공적활동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교회는 세상에 속해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교회의 정체성을 규정함으로써, 교회의 사회적 실천의 두 차원을 언급한다.  첫 번째 차원은 대화인데, 이것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교회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론장의 의사소통에 기꺼이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사랑으로 개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차원은 참여인데, 이것은 교회는 세상을 떠나지 않으면서 다르게 살아가는 실천을 통해 세상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회는 자신의 정체성에 입각해서 핵심가치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공적 실천의 방법으로서 대화와 참여의 두 차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야 할 것인가? 먼저 대화의 차원에서 교회는 공론장에 참여하기 위해 이해 가능한 언어를 구사해야 하며 다른 방식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위해서 규범적 적절성, 진술의 객관성, 주관적 진실성이라는 3가지 타당성의 요건을 총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하버마스의 이 3가지 요건을  공적 발언에서의 교회의 태도, 의사소통에 참여할 때 교회의 책임, 그리고 성서와 교회의 전통에 입각한 교회의 진술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다음 10가지 지표로 확장할 수 있다.

 

규범적 적절성

1. 교회의 태도- 상대에게 자기 입장을 강요하거나 툭정행동을 강제하지 말아야 한다

2. 교회의 책임-사회윤리와 규범을 형성할만한 기독교적 지원을 발국하고 확산해야 한다

3. 교회의 진술- 사회적 관계나 규범 안에 내재산 억압에 대해 말해야 한다

 

진술의 객관성

4. 교회의 태도-객관적으로 납득될 수 있도록 사실관계 확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관적 진실성

5. 교회의 태도-인간과 진리에 대한 진실하고 진정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6. 교회의 책임-공적인 자리에서 발언과 삶의 방식이 분리되지 말아야 한다

7. 교회의 진술- 자신의 핵심가치에 입각해서 교회의 위선과 기만에 대해 질타해야 한다.

 

교회의 진리성(확장)

8. 교회의 태도-진리입증이 유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내하며 겸손해야 한다.

9. 교회의 책임-진리발언을 소통가능한 언어로 번역하고 납득가능한 언어로 구사해야 한다

10.교회의 진술- 진리추구를 저해하는 교회의 지적 풍토를 인식하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두번째 차원인 참여란 교회의 독특한 실천이 자의든 타의든 그것이 다른 집단에게 공개되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말한다. 테일러는 오늘날의 사회를 인정의 정치학이 작동하는 다원주의 사회로 또한 진정성의 이상을 추구하는 시대로 진단한 바 있는데 테일러의 이런 진단을 볼프의 신학과 연관짓는다면 우리는 교회의 공적실천으로서의 참여의 방향을  진정성, 관계성, 책임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추출할 수 있으며 이 3 요소는 다음과 같이 신학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첫번째 방향으로서의 진정성은  신학적으로 인간의 번영과 하나님에 대한 초월적 신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번째 방향으로서의 관계성은 사랑의 원리와 포용의 드라마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세번째 방향으로서의 책임성은 신학적으로 소극적 책임과 적극적 책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3가지 신학적 해석은 참여를 위한 방향으로, 신학적 전통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는 방법적 원리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정과 적대의 논리가 성행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3가지 참여의 방향에 적합한 하나의 실험적인 모델로서 그람시의 주장을 신학적으로 변용한 "참여의 진지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것은 교회는 초월적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진정성의 진지, 사람과 포용의 원리를 관철시키는 관계성의 진지,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 인유를 보여주는 책임성의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강영롱 목사는 장신대학교에서 하버마스와 테일러, 볼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소망교회 대학부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