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제언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제언
2015-03-21 21:31:16
교회개혁 실천연대에 따르면 교회분쟁은 대부분 담임목사의 일방적인 전횡이나 윤리적 문제로 인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담임목사의 재정전횡이나 독단적 운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권력구조가 담임목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런 부정적 상황에 대한 평신도들의 문제의식은 증대되고 있지만 교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교회 내 분쟁이 일어날 경우 교단차원의 자정능력이 결여되어 대부분 자체적인 해결이 어렵고 사법적 판결에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사제 혹은 성직자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은 오늘날 한국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 역사 이래 줄기차게 존재하던 고질적 문제들이기도 하다. 이런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사제 혹은 성직자를 특별하게 여기는 사고가 존재한다. 그것은 그 직분이 특별히 거룩한 직분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인데 거룩이라는 개념은 구약의 이스라엘 신앙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성직주의에 대한 반성은 거룩이란 개념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된다. 구약에서 거룩이란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출애굽후 시내산에서 언약 맺을 때 이스라엘 백성이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에서 이다. 여기서 거룩한 삶으로의 부르심은 제사장이 아니라 모든 이스라엘을 향해 주어졌다. 그리고 제사장 나라라는 말의 함의는 거룩은 제사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사만이 제사장 직분이고 거룩한 직분이라는 사고방식은 구약의 가르침과 어긋난다. 구약의 가르침에 의하면 목사와 평신도의 거룩은 크기나 질에 있어 차이가 없다. 신약교회의 목회자는 구약의 제사장이 아니며 또한 거룩을 독점하는 직분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 백성의 삶을 목회자와 평신도로 나누어 버린 것은 성경의 가장 핵심적이고 근본적 원리를 혼탁하게 만든 중대한 오류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나라를 방해하고 대적하는 사탄의 최고의 술책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교회에서 이런 성직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스스로를 성직으로 여기는 목회자 집단의 은폐된 욕망과 거룩한 일상으로서의 부르심을 외면하려는 평신도 집단의 욕망이 들어맞은 결과 일 수도 있다. 목회자가 존재하는 것은 구약의 어떤 중재자 직분을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서 공동체를 잘 인도하고 섬기는 기능으로서 목회자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 이런 필요를 채우는 일은 목사만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여러 직분들도 당연히 해당된다. 구약에서는 왕, 제사장, 예언자의 세 가지 중재자가 있었는데 헬라 제국하의 유대 하스모네안 왕조에 이르러는 왕이 제사장직을 겸직하게 되어 두 직분이 통합되어 버렸다., 그 결과 하스모네안 왕조의 이야기는 온통 음모와 책략, 정적 제거 이야기로 가득하게 된다. 두 직분의 결합이 오히려 전체를 변질시키고 만 것이다. 이런 역사적 상황은 오늘날 목회자가 교회에서 너무 많은 것을 주관하며 홀로 왕적인 제사장 노릇을 하는 현실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한다. 목회자든 장로든 적절한 구분과 견제가 필요하다.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직으로 부름 받았으며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 개신교의 핵심적인 신앙원칙이다. 만인이 하나님나라의 사역자로 부름을 받았다면 성직이란 개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교회 안의 어떤 권한이든 직무이든 그 존재의 유일한 이유는 공동체를 섬기는데 있지 군림하거나 지배하는데 있지 않다.
이상의 인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목사라는 직분에 대한 목사 자신의 인식 변화는 물론 그 직분에 대한 평신도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인식변화의 출발을 목사들로부터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그 일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바로 평신도들의 신학교육이다. 바른 신학교육을 통해 성경이 말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며 하나님의 부르심의 중심이 무엇인지를 그들이 깨달아 목사들에 의해 오도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그들은 엉터리 목사나 엉터리 교회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저항세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을 위한 바른 신학 교육기관들의 설립과 후원이 필요하다.
둘째로 교회 재산관리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담임목사제도는 개교회주의와 결합하여 담임목사의 전횡이나 독단적 운영을 제어할 장치가 부재하다. 우선 개교회주의를 제어하기 위하여 교회재산을 교단과 개교회가 공동소유자로 등록하여 개교회의 독단적 결정으로 교회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교회분쟁에서 담임목사의 재정 전횡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을 보아도 그 필요성을 신중하고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는 교회의 리더십 구조를 현재의 담임목사 개인구조에서 공동체적 복수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구약의 이스라엘 공동체의 지도자도 공동체적 리더십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제사장은 가르치는 직무를, 왕은 다스리는 직무를 예언자는 감독하고 비판하는 직무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구약의 삼중직무를 현대교회에도 응용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목사는 말씀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행정 및 재정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일은 평신도 지도자를 세워서 담당케 하며, 말씀대로 가르치고 일이 집행되는 지를 감독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하는 또 다른 평신도 지도자를 세워서 각 지도자들이 각기 기능에 전념하면서 서로 협조하고 견제하는 정치구조가 필요하다.
넷째는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문제이다. 교단이 분립하고 교단 신학교들이 난립하는 현실에서 실력과 인격을 갖춘 목사를 양성하고 선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각 교단들의 분열은 신학적 이유라기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분열된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각 교단이 교단신학교를 운영할 명분은 크게 부각될 수 없다. 실력과 인격을 갖춘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신학교육의 내실화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각 교단은 교단신학교를 포기하고 통합된 하나의 신학교를 설립하여 엄격한 선발과 교육을 통해 훌륭한 목회자를 양성해야 한다. 신학교육을 돈 받고 하는 것은 성경의 원리에 어긋난다. 당연히 각 교단은 통합 신학교를 재정적으로 지지하여 무상으로 신학교육을 제공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 신학교는 평신도들을 위한 신학교육의 기회도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평신도들 신앙과 신학을 제고하는 일을 개교회에만 맡기고 방임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교회 공동체의 합의로 교회규약이나 정관을 만들고 이에 따른 투명한 운영을 하여야 한다. 특히 교회에서 맡은 직분이나 직책이 신분화 되지 않도록 임기제로 만들어 운영하고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평등성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특히 교회 안에서 직분이나 직책이 호칭이 되지 말고 성경적 원리에 따른 관계적 호칭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목사, 장로, 집사라는 호칭은 직분을 신분화 계급화 할 우려가 있으며 성경적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신자들 상호간의 평등한 관계를 강조하는 호칭을 만들어 부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