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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의 언약사상과 예언적 기능- 송영찬

메르시어 2023. 5. 1. 11:16

시편의 언약사상과 예언적 기능- 송영찬

2013-09-03 11:04:43


* 시편의 언약 사상과 예언적 기능

 - 송영찬 목사, 기독교개혁신보 편집국장

 

 

시작하는 말

 

시편은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계시이자 동시에 하나님께 대한 그의 백성들의 신앙적 응답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시편은 창조주이며 언약의 시행자이며 그의 백성들의 왕이신 하나님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으며, 나아가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어떻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고 또 유지했는가를 증거하고 있다는 점이 이 사실을 확증해 주고 있다. 시편의 또 다른 특성은 기름부음을 받은 자 곧 메시아의 삶과 사역에 대한 예표적 혹은 예언적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이 예언적 내용들은 다양한 저자들(150편의 시편 중에서 다윗 저작 약 75, 솔로몬 3, 고라 자손 11, 아삽 12, 헤만 1, 에단 1, 모세 1편 및 익명의 저작으로 추정되는 작품 46편이 있다)과 다양한 형태의 저술 방식(시편은 하나님에 대한 찬송, 감사, 간구, 예언, 비탄, 교훈 등의 주제에 따른 여러 형태의 장르로 저작되었다)과 다양한 시대의 저술(시편은 모세 시대(BC 15세기)로부터 통일왕국시대(BC 1050-930)에 걸쳐 저술되었으며 그 가운데 다윗의 시로 알려진 14(3, 7, 18, 30, 34, 51, 52, 54, 56, 59, 60, 63, 142)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그 배경으로 저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편들은 5권으로 구성되었는데 1(1-41)은 다윗과 솔로몬에 의해, 2(42-72)은 고라 자손에 의해, 3(73-89)은 히스기야 시대의 아삽에 의해, 4(90-106) 5(107-150)은 에스라와 느헤미야 시대에 각각 수집된 것으로 보이며 최종적 완성은 에스라 시대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등을 통해 구약성서의 궁극적 관심의 대상인 메시아사상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시편의 언약 사상과 예언적 기능에 대해 조명하고 다향한 시편의 특성 가운데 공통적 주제를 살펴봄으로써 각각의 시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함에 있어 길잡이로 삼고자 한다.

 

 

1. 이스라엘 공동체와 시편

 

시편은 시가서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각각의 시편들의 배경에는 역사적 사실들을 나름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성격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 개인의 경험에 기초해 저작된 시편은 단순히 자신의 신앙 고백적 특성을 떠나 이스라엘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하나님께서 친히 경영하시는 역사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각의 시편들은 역사적 특성을 규명해 주고 있다.

 

1) 이스라엘 공동체의 역사의식

 

이스라엘 공동체는 그들의 역사를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 즉 역사의 드라마 속에서 하나님과의 동반자 관계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이해의 근거에는 출애굽 사건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출애굽 사건을 통하여 아브라함 후손들을 불러내어 그들과 언약을 맺으셨는데( 19:4-6) 이것이 이스라엘 공동체의 전신이었다. 따라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존재 의의는 신앙 안에서의 생존에 가장 큰 목적을 두었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아브라함의 언약에 근거해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하나의 나라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였다. 후에 하나님은 다윗을 일으켜 왕을 삼고 지금까지 이스라엘 공동체가 보았던 것보다 더 큰 지평을 열어 보임으로써 이스라엘 공동체를 역사의 주인공이 되게 하셨다. 선지자들은 하나님께서 세상의 역사 속에서 활동하신다고 선포했으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능동적으로 임재 하신다는 의미에서 역사적 사건들을 해석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이스라엘 왕국의 멸망이라고 하는 가장 큰 재앙의 사건조차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심판하고 그들을 새롭게 하실 것이며 이스라엘의 고난을 통해 세상의 모든 민족이 구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역사를 하나님의 구원 행위의 결과로 보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역사관은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 공동체는 하나님의 현현으로서 역사적 의미를 발견한 최초의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하나님의 구원 사역과 세속의 역사를 함께 보았던 이스라엘 공동체는 하나님의 동반자로서 역사 속에 존재하였던 것이다. 때문에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 활동은 언제나 이스라엘 공동체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것들은 구약 성경에서 언제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더불어 이스라엘 공동체는 그때마다 역사적인 저작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행사를 회상하였으며 영광과 권능을 나타내신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인 진언(眞言)을 올렸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이 찬송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과 함께 교제하는 특별한 은혜를 누리게 되었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었던 가장 훌륭한 예를 시편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편은 다윗 시대로부터 구약 시대 후기에 이르기까지 하나님과 함께 한 이스라엘 역사의 전체 드라마를 집약한 기사(記事)라고도 할 수 있다.

 

 

2) 이스라엘의 언약 공동체 의식

 

시편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능동적인 임재에 대한 이스라엘 공동체의 응답이었으며 경배와 감사와 고백과 탄원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정서가 감격에 벅차 기쁘거나 때로는 애곡과 고통을 담고 있다 할지라도 이 찬송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노래들이었다. 또한 이스라엘 공동체는 하나님께서 자신들의 찬송 가운데 입재해 계신다고 확신했다( 22:3). 이것은 처음부터 이스라엘 공동체가 하나님에 대한 예배를 통해 자신들을 결속시키는 일차적인 끈으로 삼았다는 언약 공동체라는 사실로부터 받아들여졌다. 가나안 정복 이후 12지파는 언약 갱신을 축하하는 형태로 공동체 의식을 확립했었으며, 그 구심점은 성막이었다. 성막 제의를 통해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계시로 주신 제의적 행사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백성임을 확인하였다. 다윗 시대에는 예루살렘이 국가 예배 중심지가 되었으며 솔로몬은 성전을 완공함으로써 성막 제의를 한층 강화하였다. 그 결과 시온으로 불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언약 공동체의 신앙 중심지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시온으로 모여야 한다는 열망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심지어 왕정이 붕괴되고 북 이스라엘 왕국이 설립된 후에도 그 행렬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것은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후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포로에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성전을 재건하는 것이었다. 성전 재건은 바로 시온의 회복을 상징했다. 이러한 열망은 이스라엘의 역사가 사회적 변화와 흥망성쇠의 와중에서도 그들의 근본적인 실체가 예배하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것은 성전 중심 예배의 신앙이 이스라엘 공동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3) 예배하는 공동체 의식과 시편

 

시편의 많은 찬송들이 구체적인 삶의 정황들로부터 시작된 개인적인 찬송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개인들의 사사로운 묵상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 고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시편들은 성전 제의나 축하 잔치에서의 낭송을 목적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기원을 가진 시편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은 모두가 예배하는 공동체의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편 23편에서  또는 나의라는 대명사가 사용되었다 할지라도 이것은 그 신앙을 표현하고 있는 공동체 전체와 결코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시편에서는 개인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할지라도 언제나 그 이면에 있는 하나님께 향한 공동체의 신앙 고백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의 언약 신앙에 따르면 개인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하나님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자유롭게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한 개인을 만나신다.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언제나 지정된 장소와 약속된 시간에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정체성과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이때 개인은 오로지 공동체를 구성하는 한 일원으로서만 언약의 약속들과 축복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반면에 기존의 은혜의 수단으로부터 끊어져 고립된 개인이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기업으로부터 끊어졌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다윗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이스라엘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는 가장 혹독한 형벌이었다(삼상 26:19). 이처럼 이스라엘의 신앙에 의하면 성일이나 절기 때에 회중이 함께 성소에서 예배를 드릴 때 거기에는 하나님께서 임재해 계시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백성들의 찬송 중에 거하시며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예배하는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더불어 하나님을 찬송하였던 것이다. 하나님을 찬송하는 이 시편들은 문학적 양식과 예전적 기능에 따라 세 가지 주요 범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장르는 예배하는 공동체가 하나님의 위엄과 신실하심을 송축하는 찬송시편(hyum)이다. 두 번째 장르는 하나님의 주권이 일시적으로 감추어진 문제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탄원시편(lament)이다. 그리고 세 번째 장르는 탄원시와 찬송시와 중복되는 것으로 감사시편(thanksgiving)이 있다. 이 감사 시편은 하나님께서 고통으로부터 구원해 주신 것에 대한 찬양을 표현한다. 아울러 이 시편들은 성전 제의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예배하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을 표현하고 있다.

 

 

2. 시편에 나타난 신학적 특성들

 

시편은 150개의 독립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조직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시편의 시들은 하나님께서 선지자들을 통해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주신 말씀이라기보다는 마치 회중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찬송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편은 하나님의 속성이나 하나님께서 인간과 맺고 있는 관계를 다른 책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점진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편은 신학적인 가르침과 사색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시편은 비록 조직적인 신학을 말하고 있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방대한 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편은 구약의 총체적인 가르침을 총망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편은 독특한 문학 양식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베풀어 주시는 계시의 한 방편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은 시편의 속성들을 확인할 수 있다.

 

1) 시편의 계시적 속성

 

하나님을 찬송하고 있는 시편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시편에서는 신탁(神託)의 요소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편이 구약 정경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시편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하나님의 존재가 선지서들이나 역사서들에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러한 계시의 말씀들 역시 인간의 중개를 통해서 전달되어졌다. 또한 이스라엘이 드린 기도가 시편에만 나타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시편 역시 역사서나 선지서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분명하다. 시편의 기도들은 이스라엘의 정형화된 예배의 형태로 제사장들에게 받아들여진 기도들이었다(대상 16:4-38). 시편의 신학은 구약 전체의 신학과 같이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이 시편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여러 가지 비유적 표현들에서도 발견된다. 시편에서는 하나님을 목자, 용사, 아버지, 어머니, , 남편 등의 표현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각각의 표현들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과 나누시는 관계의 특정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런 점에서 시편은 그 특성상 하나님이 누구이신가를 꾸준히 계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2) 시편의 언약적 속성

 

무엇보다도 시편은 다양한 비유적 표현들을 통해 하나님과 그 백성과의 언약적 관계 위에 서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것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언약( 15, 17)으로부터 시작해 시내산 언약( 19-24) 그리고 다윗의 왕국 언약(삼하 7)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지속적으로 언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역사적인특성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시편 기자의 기쁨과 슬픔의 기도는 언제나 그 자신이 하나님과 친밀한 언약 관계 아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시편 기자는 자신이 언제나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당사자임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편에서는 언약(תירב)이라는 개념이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는 시는 89편과 132편뿐이다. 그러나 시편 기자들은 한결같이 언약 사상의 맥락 속에서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시편 기자들은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에 근거해서 하나님께 말씀드리고 하나님에 대하여 말을 하고 있다. 이처럼 언약 사상은 시편의 다양한 신학적 주제들의 줄기를 하나로 묶어 주는 주요 개념이었다. 따라서 언약 사상을 제거하고서는 결코 시편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시편의 주된 주제들 역시 언약 사상과 긴밀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3) 시편의 시온이즘

시편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시온이즘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임재가 시온 산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알려지도록 하셨다. 솔로몬은 다윗 성 북쪽 경계선에 있는 시온 산에 성전을 건설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시온에 임재 하신다는 사실을 상징화하였다. 성전에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상징하는 다른 기물들과 더불어 하나님의 통치를 상징하는 언약의 두 돌비가 들어있는 언약궤가 보관되어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성전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때문에 시편에서 시온은 하나님이 임재 하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찬양의 대상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시편 48편은 시온을 하나님의 거처로 묘사하고 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시온의 거룩성은 예루살렘 성 전체를 포함하는 있는 것으로 확대되어 나타난다. 그 결과 예루살렘 성 자체가 찬양되어지기도 한다( 122). 이것은 시온과 예루살렘 도성을 일체화시키며 예루살렘 성을 하나님의 도성으로 묘사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성전과 예루살렘 성이 그 자체로 거룩하거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것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임재를 특별한 방식으로 알리시기 위해 선택했기 때문에 거룩하게 된 것이다.

 

4) 시편의 역사의식

 

시편의 주요 주제 중 또 하나는 역사의식이다. 역사는 성경의 언약들 속에서 언제나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나님과 그 백성과의 관계는 언제나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역사적인 배경은 언약의 체결과 갱신 때에 언급되어진다( 20:2;  1:6-4:49;  24:2-13; 삼상 12:8-15). 따라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은 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베푸신 과거의 구원과 사랑의 행위들은 시편 기자들에 의해 계속적으로 회상되어진다. 하나님의 백성은 이러한 시편을 통해 기쁨의 이유를 찾는다( 98). 그리고 자신들이 비탄과 고통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의 자비로운 행위들을 떠올린다( 77). 많은 시편들이 역사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몇 편의 시들(소위 회상시)은 그 핵심적인 목적 자체가 역사 속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행위들을 주제로 하고 있다( 78; 105; 106; 136).이것들은 하나님의 언약적인 성격이 추상적이거나 신비적이거나 개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위해 역사의 영역 속으로 들어오셨으며 또한 이스라엘을 위해 행동하시는 분이시다. 이런 이유에서 시편 기자들은 하나님의 사역을 찬양할 이유들을 역사 속에서 찾아냈던 것이다.

 

 

5) 시편의 율법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언약 관계는 하나님께서 그 백성에게 의무 사항을 부과하시는 것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때 주어진 것이 곧 율례와 법도들이다. 하나님은 구속사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그 백성에게 율례와 법도들을 주심으로써 하나님과 그 백성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제시하셨다. 이런 점에서 시편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율법관에 대한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율법 수여의 전형으로서 시편 기자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급의 압제로부터 구원해 내셨고 그 후에 율법을 주셨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그 백성과 관계를 맺기 전에 율법을 주신 것이 아니라 구속사를 통해 관계를 맺으신 후에 율법을 주셨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시편 기자는 언약 관계 속에서 율법을 찬양할 이유를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시편 1편은 율법을 준수할 것을 그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또한 율법을 지키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복이 임할 것을 노래하기도 한다( 19). 율법을 찬양하는 가장 유명한 시는 시편 119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율법이 강제적으로 백성들의 순종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편 기자는 순종으로 율법에 응답할 것을 촉구하며 율법을 주시기 전에 하나님께서 펼치신 구속 사역을 찬미하고 있다( 31).

 

 

6) 시편의 왕 개념

 

또 하나의 시편 주제는 왕권(kingship)이다.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왕은 언약의 배후에 서 있는 독특한 존재이다. 언약은 조약과 마찬가지로 백성을 대표하는 두 왕 사이에 동의된 것이다. 때문에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언약의 모델이 된 종속 조약(the vassal treaty)은 정치적으로 우위에 있는 왕과 이 왕에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백성을 복종시키는 덜 강력한 왕 사이의 정치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때문에 언약 사상에서 하나님은 우위에 있는 왕이고 다윗 계보의 왕들에 의해 대표되어지는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왕국의 백성이기도 하다.이런 점에서 시편에서는 하나님을 왕으로 찬양한다( 47; 93; 95-99 ). 나아가 시편 기자는 하나님을 이스라엘의 왕뿐 아니라 우주의 왕으로 묘사한다( 96). 결국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분이시다( 95). 한편 인간 편에 서 있는 왕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왕은 그의 백성을 인도하고 하나님의 왕권을 백성들에게 중계하기 위해 선택받은 중보자이다( 2).대관식의 시( 62-69)중 하나일 것으로 보이는 시편 2편은 하늘 보좌에 있는 왕이신 하나님( 2:4)과 그로부터 복을 받아 통치하고 번영하는 기름부음 받은 왕( 2:6-9)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기름부음 받은 왕은 하나님의 영광을 반영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반면에 하나님은 악한 반대자들로부터 자신의 기름부음 받은 왕을 보호하고 복을 주신다.

 

 

7) 시편의 전쟁관

 

끝으로 시편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언약과 관련되어 있는 거룩한 전쟁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편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전쟁과 승리에 대한 것이다. 고대 근동에서 위대한 왕은 자신의 속주에게 두 가지 약속을 하는데 하나는 만약 속주가 자신에게 반란을 일으킬 경우 그를 공격할 것에 대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이 순종하면 그들을 보호한다는 약속이었다. 구약 성경 전체를 보면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이러한 역학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순종할 때에는 그들을 위해 용사로 싸우신다( 15;  5;  6). 반대로 이스라엘이 반항을 할 때에는 바로 그들을 상대로 대적하신다( 7-8; 삼상 4-5).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이 수행하는 전쟁은 거룩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전쟁으로 인도하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이때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전쟁을 수행하는 거룩한 군대이가 된다( 7, 20). 시편 7편은 이스라엘이 전쟁에 들어가기 전에 드리는 대표적인 기도이다. 여기에서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원수들로부터 구원하시기를 간구한다( 7:1-2). 이때 하나님은 전투적인 내용을 담은 비유적 표현들을 사용하여 묘사되고 있다. 곧 하나님은 시편 기자의 방패이며 용사이시다. 더불어 시편 기자는 전투 중의 위험들과 역병 속에서 하나님이 자신의 피난처이며 요새라는 사실을 굳건히 신뢰하고 그 안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91).전쟁은 필연적으로 승패를 가름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전쟁은 하나님께서 승리를 가져다 주시는 분이다( 98). 이때 하나님은 열방들의 목전에서 자기 백성을 위해 달성하신 승리를 기념하게 하신다. 그리고 승리의 결과로 하나님은 영원한 왕으로 군림하신다. 한편 전쟁의 승리는 그분이 곧 심판주이심을 상징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승리는 언제나 장엄함으로 가득 차 있다( 18). 시편의 현실성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시편이 언약 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시편이 무시간성(無時間性)을 가진 시들의 모음이라는 생각을 거부한다. 오히려 시편의 시들은 그 당시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시편의 시들은 주변 상황을 잘 대변해 주기도 한다. 특히 가나안 지역에 편만되어 있던 우상숭배와 우상들에 대한 신학적인 논쟁을 담고 있는 것은 시편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29). 여기에서 시편 기자는 비와 풍요로움이 우상들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주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편 기자는 고대 근동의 생명 없는 신들과 여신들과는 달리 진정한 신으로서 하나님을 드러내고 있다.

 

 

3. 시편의 예언적 기능과 그 성취

 

시편의 배경에 언약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언약의 성취를 바라보게 한다. 이것은 시편이 예언적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에게 자신이 부활하셔야 할 것에 대한 증거로 시편을 언급하신 것은 시편에 예언적 기능이 포함되어 있음을 시사 하는 확실한 증거이다.“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24:44)는 말씀 중에서 시편은 히브리 정경의 세 번째 부분을 포괄해서 언급하신 것이 분명하다. 이 세 번째 부분에 시편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시편은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에 대하여, 나아가 그리스도의 사역을 예견하고 있으며 그 성취를 바라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바울 사도는 자신의 논증을 위해 시편을 인용하고 있다. 신약의 저자들도 기독론뿐 아니라 다른 많은 가르침들의 증거로 시편을 인용한다. 시편은 이사야서와 더불어 신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다. 이것은 시편에 언약의 성취에 대한 예언적 기능이 풍부하게 담겨 있음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경우 신약의 저자들이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편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베드로 사도는 유대교 지도자들을 향해 예수님의 수난과 존귀케 되심에 대해 논증하면서 시편 118 22절을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확증했다. “이 예수는 너희 건축자들의 버린 돌로서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느니라.( 4:11)는 베드로 사도의 증거는 시편의 예언적 기능과 그 성취를 확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편 2, 16, 22, 69, 110편 등은 메시아의 사역과 그 성취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로써 시편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견주어 볼 수 있다. 특히 다윗의 한 후손으로 오신 메시아가 영원히 왕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다윗 언약의 영속성과 성취와 관련된 내용은 시편의 예언적 기능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이 약속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기 때문이다( 1:3; 삼하 7).

 

 

마치는 말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시편은 하나님께서 친히 경영하시는 구속사의 한 단락을 보여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언약 공동체라고 하는 이스라엘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관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편의 배경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언약이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시편은 율법과 예언과 찬송이라고 하는 구약 성서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모든 특성을 총망라하고 있다.그 가운데 시편의 배경에 언약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시편이 예언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메시아를 통해 그 예언적 기능리 성취될 것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찬송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수 있다. 특별히 메시아의 사역과 그 성취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메시아 시편뿐 아니라 각 시편의 다양한 주제들 또한 메시아의 특성과 긴밀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시편은 신구약 정경으로서 마침내 우리 시대의 교회에게 전달되었다.이런 점에서 시편은 결코 한 개인의 신앙고백으로 끝나지 않으며 오히려 메시아를 통해 구속사를 성취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찬양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를 분명히 교회가 인식할 때 비로소 교회가 마땅히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바른 경배와 그에 따른 찬송의 정신을 함양하고 계승시킬 수 있다.이제 시편은 개인적 적용을 떠나 바울 사도가 언급한 것처럼 하나님의 영광을 기리는 온 이스라엘의 찬송으로 하나님께 돌려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로 각각의 시편을 해석함으로써 성경계시로 주어진 시편의 특성을 최대로 드러내어야 한다.1645년 웨스트민스터 총회와 의회의 법령으로 채택 인준한 예배 모범에서는 시편 찬송에 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하나님을 공적으로 찬송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며 회중에서 함께, 또 개인적으로 가정에서 시편을 찬송해야 한다. 시편을 찬송함에 있어 목소리는 곡조에 맞게 엄숙하게 낼 것이며, 무엇보다도 조심할 것은 이해를 가지고 마음에 은혜를 가지고 주님께 찬송을 드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