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고

씨뿌리는 비유를 다시 생각함

메르시어 2023. 5. 1. 11:08

씨뿌리는 비유를 다시 생각함

2013-07-31 01:42:29


  하나님의 말씀이 다 그러하지만  씨 뿌리는 비유는 언제든지 새로운 도전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검같이 우리의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갠다는 히브리서의 말씀이 이 비유를 통하여 실감이 된다. 이 비유는 공관복음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비유이며 예수님은 이 비유가 하나님나라의 비밀에 대한 중요한 비유라고 하셨고 또 이 비유를 깨닫지 못한다면 어찌 다른 비유를 깨닫겠느냐 하시며 이 비유가 하나님나라에 대한 매우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비유임을 강조하셨다.   이 비유는 사실 크게 두가지로 대별되는데 하나는 말씀을 들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말씀을 듣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열매를 맺느냐 못 맺느냐의 관건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씀을 듣고 깨달아야만 열매를 맺는 것이고 만일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그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열매인데 열매를 맺기 위한 조건은 오직 하나,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이다. 그러므로 열매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일이란 말씀을 깨달으려고 노력하는 일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열매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가운데 맺혀진다는 것이 이 비유가 기르치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할 점은 도대체 열매란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열매가 무엇이라고 설명한 것은 없지만 하나님나라에 대한 비유인 이 비유에서 열매를 강조한 것은 하나님나라에서 열매맺는 일이 가장 중요함을 말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여기서 말하는 열매가 무엇인가는 열매를 맺는 관건인 말씀을 깨닫는 일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열매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데서 맺혀지는 것이므로 열매는 말씀의 교훈하는 내용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말씀이 교훈하는 내용이 무엇인가 그것은 이 비유에서 전제되었듯이 하나님나라에 대한 것이다. 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하나님나라가 성경의 근본주제임은 오늘날 대다수 신학자가 공유하는 신학적인 공리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비유에서 하나님나라를 떠난 어떤 열매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누구이시며 인간은 누구인가? 그리고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세계는 무엇인가? 에 대한 계시로 가득차 있다. 이 모든 계시가 지향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이다. 그래서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열매란 하나님나라가 임하는 것 혹은 그와 관련된 인간의 모든 활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열매란 개인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차원의 것이며 개인이 맺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힘을 합하여야 맺을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너무도 개체적인 사고에 익숙하여 씨 뿌리는 비유를 주로 개인적 차원에서 읽어왔고 개인의 경건과 성화의 의미로만 이해하여 왔다. 이것이 이 비유에서 말씀을  듣지만 깨닫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결국 이 이 비유의 교훈은 하나님나라는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요약할 수 있다. 말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며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은 인간이다. 물론 말씀을 듣고 깨닫는 일이 인간에게 구유된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요 능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듣고 깨닫는 주체는 분명 인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나라에 대한 중대한 계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인간이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를 인간 없이 홀로 이루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통하여 이루시길 기뻐하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닮은 특별한 존재로 지으신 것이고 그 인간에게 다가오시며 말씀하셨다. 그리고 인간이 그 말씀을 듣고 깨닫도록 도우시며 말씀에 순종할 때까지 오래 참고 기다리시는 것이다. 실패로 점철된 이스라엘의 역사 그리고 신약의 교회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멸되지 않고 이어온 인간의 역사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오래 참으시고 지루할 정도로 기다리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이 오래 참으시는 상대는 바로 인간이고 그  인간이 말씀을 듣고 깨닫기를 기다리시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나라 곧 하나님의 창조목적은 인간을 통하여 이루어지도록 하신 것이 바로 하나님의 창조 경륜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오직 말씀을 듣고 깨닫는 인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이 길 외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다른 길을 성경은 말하지 않는다.